최현민 연구실 > 비교 영성 > 불교와 그리스도교 심성론 비교

최현민 연구실

불교와 그리스도교 심성론 비교

WRITER:

관리자 (175.♡.48.178) DATE : 16-07-18 13:35 READ : 909

불교와 그리스도교 심성론 비교(2016.5.06).hwp (115.5K), Down : 13, 2016-07-18 13:35:43

한국융연구원강의 2016.5.6

불교와 그리스도교 심성론 비교
최현민

<나는 어떤 차원에서 종교를 비교하는가?>

우리나라가 다종교문화이면서 평화가 공존하는 유일한 나라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 평화는 상대를 깊이 이해함에 기반한 평화가 아니기에 위험한 측면이 있다.
우리가 다른 이에게 타종교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만을 갖고 이웃종교를 판단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사실 불교의 이제 법사는 기독교 교의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고, 이를 현응스님이 초대글을 썼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께 무얼 자꾸만 달라고 빌고 천국 가는 것만을 지향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불교는 자기 자신이 주인으로 사는 것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는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체대비 자리리타를 통해 남에게도 자비를 행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린 이웃종교에 대해선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보고 판단하고 자기종교는 깊은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비교 잣대의 오류이다. 자기종교는 궁극적 차원, 깊은 차원에서 말하고 이웃종교는 현상적 차원에서 판단하며 비교하는 것은 얼마나 큰 오류인가.
물론 그리스도교 신도 중 많은 이가 이런 기복신앙을 지닌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건 반성해야 하고 성찰해야 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불교의 신자들은 부처님께 빌지 않는가? 초파일날 연등을 달면서 우리 남편 사업 잘 되게 , 우리 아이 시험 합격되도록 건강하도록 돌아가신 부모님 극락왕생하도록 빌지 않는가? 이렇듯 양종교 안에는 얕은 신앙과 깊은 신앙의 차원이 있다.

그리스도교나 불교나 하느님과 부처님께 비는 신앙의 차원이 있고 또 스스로 그리스도나 붓다로 거듭 태어나 살고자 하는 깊은 차원의 신앙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웃종교와 비교할 때는 내가 어떤 차원의 잣대로 비교하는지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는 인류의 평화롱곤을 위해 함께 협력하려면 상대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협력을 하려면 일단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태도를 갖기 위해선 일단 상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 종교학에선 이를 판단중지라 한다.

Ⅰ. 불교의 심성론

1. 무아와 유식

불교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수없이 변화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지역을 통틀어 변하지 않는 불교만의 색깔이 있으니 그건 바로 무상 무아 열반이다. 종파에 따른 교의 차이는 다만 이를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지난 시간에 불교의 공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공은 모든 이원성을 넘어선 세계 그래서 일체의 차별성이 멸해진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는 궁극적 실재에 대해 다른 표현들이 많다. 예를 들어 다르마(법)이나 眞如佛性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를 무상 무아 열반이라는 삼법인에 바탕을 두지 않고 이해한다면 우린 불교에 대한 잘못된 궁극적 실재관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성이나 여래장사상을 존재론적으로 이해함이 그것이다. 일본불교의 비판불교 학자들은 여래장사상은 불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이 여래장 사상에 더 예민한 건 그들의 불교사에서 중세에 천태본각사상에 빠진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비판불교 만이 아니라 한국불교 역시 이러한 실재론적으로 불성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동아시아 불교가 벗어나야 할 그 과제 중 하나이다.
무상이면서 불성이고 무아이면서 불성이고 연기이면서 불성, 중도불성이어야 한다. 실재가 공이라면 찰라생 찰라멸이라면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건 바로 찰라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찰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찰나를 주인으로 사는 것 이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사실 이게 깨달음이다. 이런 면에서 깨달음이라는 목적지를 두고 사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를 목적지로 여기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졸고, <불성론 연구>, 운주사, 2011, 279쪽.

불교는 존재의 실상을 공이라고 한다. 그럼 지금 여기 있는 너와 나. 주체와 객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공사상에서는 아공 법공이라 해서 자아도 공하고 법도 공하다고 주장한다. 즉 ‘나’라는 자아는 없을 뿐 아니라 그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들 (오온)도 공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단멸론을 말하나? 아니다 불교는 단멸론과 상주론 중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가르침이다.
공사상을 잘못 이해해서 일체법이 무자성이라는 것을 일체는 무라고 이해해선 안된다. 그렇게 이해하는 惡取空者들이 있다. 이런 잘못된 공관을 극복하고자 나온 사상이 유식사상이다.
유식 사상은 인도의 미륵, 무착(세친의 형) 세친에 의해 수립되었다. 유식에선 중관파에서 연기의 방식으로 설명한 세계를 식으로 설명한다. 식이 무엇인가?

(1) 오온(五蘊)과 식
초기불교에서는 인간을 오온(다섯덩어리-色受想行識) 온(蘊)은 무더기 쌓임 모임이라는 뜻.
으로 이해한다.

1) 색(色)-물질-몸-地水火風의 사대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2) 수(受)-느낌으로, 눈 코 귀 혀 몸이라는 다섯 감각기관을 통해 바깥 정보를 수용
-좋은 느낌이 들면 탐심(貪心)이 생기고, 나쁜 느낌이 들면 분노(瞋心)가 일어난다.
3) 상(想)-지각-어떤 것을 처음 보거나 듣거나 냄새 맡고 느꼈을 때 생성되는 표상작용이나 개념작용으로 지각은 일어나서 한참 머물다가 사라짐.
4) 행(行) –정신의 형성--기억 추리 등 많은 정신작용들로서 이는 마음 깊은 곳에 씨앗형태로 존재하다가 자극받으면 의식상층에 정신형성으로 나타남

5) 식(識)-분별과 판단
-식은 수상행 3가지 정신작용들의 기저에서 인간이 인식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말한다,

**오취온(五取蘊)
--오온을 ‘나’라고 여겨 그것에 집착함에서 고통이 생긴다고 본다. 식에 의해 생겨난 삼독(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우리 마음에 계속 맴돌기에 중생에게는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一切皆苦) 결국 문제는 존재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함에 있다.
-6식(의식,분별식)--7식(마나식,자아의식)--8식(아뢰야식, 저장식, 종자식)
唯識사상은 인식의 대상을 부정하고 오직 식뿐이라는 의미다. 보통 범부는 주관과 객관으로 분열되어 주객이원론적으로 인식한다. 즉 사람들은 대개 사물이 있고 이를 인식하는 마음이 있어 마음이 사물을 인식하여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에선 자아와 존재의 모습은 가상적으로 상정된 것이고 이 상정은 식의 변용에 의한 것으로 본다. 바로 식의 변용은 다음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2) 식의 변용

1)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인간이 경험세계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이 의식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식활동으로 인해 집착이 생긴다. 이 집착은 두루 계산한 것(편계)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일체대상 세계가 있다는 망상이 생긴다.
-마치 일체대상이 자성을 지닌 실체인 듯 생각하고 그에 집착하므로써 번뇌 속에서 산다.

2) 의타기성(依他起性)

연기에 즉하여 본 이치로 허망이 깨칠때 드러난 이치이다. 의타란 자성을 부정하는 것, 곧 독립된 실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깨닫지 못했을 때 일체법에 집착하여 실체가 있다고 여기는데 (변계소집) 일체법은 다른 것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때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 바다에 파도가 이는 건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파도는 자체의 자성을 지닌 실체가 아니라 바람이 이는 연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다.
-우리 세간 현상도 파도 치는 바다와 같다. 일체는
다른 것에 의해 생성된다. 이를 의타기성이라 부른다.

3) 원성실성(圓成實性)

일체의 것의 무자성 공성을 알며 그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되지 않는다. 집착없이 대할 때 진실성이 회복된다. 이를 원성실성(圓成實性이라 한다.
우리는 내가 있고 타인이 사물이 있다는 것을 대
전제로 일상을 영위한다. 그러나 이는 가상적인 것이며 망상이라는 게 유식의 주장이다. 불교임상심리학 29쪽

가상적으론 있으나 실체로 존재치는 않는다. 그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마음의 작용이 그렇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불교임상심리학 30쪽
즉 유식(唯識)은 존재하는 것은 오직 식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唯識無境唯識所變) 곧 오직 식뿐 대상은 없으며 인식작용이 변형되어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존재론적 이해라기보다 세계를 오로지 마음의 존재양식에 의해서 본다는 인식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하다.
보통 선사들은 “자아는 없다 무아다”라고 말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물으면 침묵하고 좌선하라라고 하며 설명없이 실천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린 무아의 참 의미를 자각하기 위해 다시 물어야 한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유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아와 존재의 상은 가상적으로 상정된 것이며 이러한 상정은 식의 변용에 의존해 있다” 불교임상심리학 34쪽
고. 즉 유식에선 식을 기반으로 현상세계가 성립한다고 본다.
보통 사람들은 현상세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우리 마음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상이 고정된 실체라면 우린 모두 대상을 똑같이 인식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어떤 대상이 모든 이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는 건 아니다. 이렇듯 대상은 실체로 존재한다기보다 의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우린 자기 마음의 활동을 다 의식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의 활동이 있다.
무슨 까닭일까? 왜 내 마음의 활동인데 우린 자신의 마음을 의식하지 못할까? 그건 우리의 의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의식보다 더 깊은 차원의 마음의 활동이 있으나 우리의 의식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유식학파는 요가수행 통해 일상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마음의 활동을 통찰하여 유식성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마음의 심층인 아뢰야식의 활동이다.
마음의 심층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3) 마음의 심층구조

1) 前5식=인이비설신
-5식(눈-봄, 귀-들음, 코-냄새 맡음, 혀-맛을 봄, 몸-접촉)

2) 6식-의식(분별식)
생각이나 개념적 사고는 6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개념을 배워가고 그것이 내 안에 축적된다. 그리고 그 개념들은 서로 연결되어 체계화 작업을 해 나간다.
우린 대부분 자기 의식영역 밖에는 의식치 못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문제는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불교는 이 무의식을 제7식 제8식 9식으로 나누어말했다. 유식의 마나식---융의 개인적 무의식에 해당하고
아라야식은 융의 집단적 무의식에 해당.

3) 7식(manas식) <말나식>意-자아의식
7식은 意(末那말나)를 음역한 것으로 “요모조모 생각을 재본다”는 의미이다. 우린 의식세계만으로 일체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에 뭔가 말이나 이미지가 꿈틀거리고 있다.
예) 내가 이것을 저사람에게 주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오히려 의식수준보다 무의식적 욕망이나 감정이 뒤얽힌 사고가 더욱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개 오식과 육식을 통해 들어온 것에 대해 자아의식이 작용하면서 좋다 나쁘다라든가, 이 사람은 내 가족이고 저 사람은 아닐까라는 등등의 이원론적 사유가 생기면서 세상을 상대적인 것으로 분열시킨다.
그러면서 자아의식은 점점 더 고착화되어간다. ..우린 순간순간 변화하는 경험적 연속성의 흐름인 경험적 자아를 변하지 않는 실체적 자아인양 착각함으로써 자아에 대한 그릇된 견해(아견)을 갖게 된다. 서광, <나를 치유하는 마음 여행>,불광출판사, 2011, 66쪽.
이렇게 착각으로 만들어낸 자아에 프라이드(아만)를 갖고 자기중심적 집착적 사랑(아애)를 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마나식은 인식주체로서의 자아와 인식대상을 이원적으로 구분하고 주체에 집착함으로써 5식, 제 6식의 작용을 오염시켜버린다. 다시 말해 7식은 5식과 6식의 인식작용에 개입하여 있는 대로의 대상을 감각 지각하지 못하고 왜곡하여 받아들인다. 마나식을 서구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에고에 해당한다.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증상을 에고기능의 상실 약화에서 비롯된다고 보므로 약한 자아를 강한 자아로 만드는 걸 심리 치료의 일차 기능으로 본다. 그러나 불교는 인간고통의 근원이 자아의 그릇된 작용에 있다고 보고 자아작용을 멈추는 무아 향한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자아작용을 멈출 수 있나?
이런 면에서 인간의 모든 문제는 자아의식인 제 7식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오까노 모리야(岡野守也),일진역,<불교임상심리학>, 불광, 1992, 62쪽.

유식 6송
번뇌는 결국 我癡我見我慢我愛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좋은 일을 할 때도 그 의식 저변에 ‘내’가 했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나라는 생각이 있어 하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해도 무언가 보답을 바라고 하는 느낌이 있다.
물질적 보답만이 아니라 정신적 보답까지 아니 정신적 보답이 더 큰 문제다. 내가 훌륭한 일을 했다는 성취감과 감사받고 평가받고 사랑받고 나에겐 가치가 있다고 하는 충만감을 느끼고자 함이요 나로서는 대단한 것이라는 자족감을 충족시키고 싶은 것이다.
<섭대승론(세친 역)>에서는 아집이 항상 따라 다니므로 보시 등의 모든 선은 항상 아집에 의해 불순하게 되고 아집에 얽히고 맘을 지적한다. 같은책, 73쪽.

마나식은 무서울 정도로 뿌리가 깊다. 무의식 내의 자아에 대한 강한 집착은 우리의 의식을 더더욱 고착화시켜버린다.

4. 8식-alaya 식(아라야식)저장식/종자식

6식 7식에 의해 생긴 모든 감각 정보나 업은 8식에 저장된다. 그래서 8식을 종자식이라 한다. 이는 보통 의식하지 않는 가장 심층으로 아라야식이라 한다. 아라야식의 아라야는 藏(감출 장)을 의미한다. 모든 망상과 미혹의 종자뿐 아니라 진리의 종자도 함께 저장해두는 장이라 하여 아라야식이라 한다. <유식30송>의 제2송후반-3송
由假說我法有種種相轉彼依識所變此能變唯三

아뢰야식은 범부의 의식에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심층식으로 유가행파의 수행자들이 자신의 수행을 통해 그 흐름을 발견했다. 즉 객관세계로 간주되는 현상세계는 마음의 영상 곧 아뢰야식의 轉變결과라는 것이다.

a. <아라야식의 전변>

표층의식은 잠에서 끊어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이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심층에 근본적 식의 흐름 때문이다. 그 흐름의 연속은 8식 때문 이다.
-의식/아라야식 작용에서 생긴 업의 흔적 곧 업력이 종자의 형태로 남는다. 이 종자는 아뢰야식에 남게 된다(현행훈종자) 종자는 찰라생찰라멸 거듭하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종자생종자) 인연이 닿으면 다시 구체적 모습으로 현실화된다. 그러다가 (종자생현행). 이는 마치 나무에서 종자가 떨어지듯(현행생종자) 그 종자가 땅밑에 있다.(종자생종자) 그러다가 봄이 되면 꽃으로 피어나는 것과 유사하다(종자행종자)
이처럼 종자에서 종자로 바뀜-‘轉’이라 하고 종자에서 현행으로 바뀜-‘變’이라 한다. 이러한
아뢰야식의 轉變은 종자생現行- 現行熏종자 -종자생종자 과정을 거듭한다. 이 전변과정에서 생겨난 종자는 아뢰야식에 훈습하여 또 다른 원인인 종자로 작용하게 된다.

<현행의 의미>

주객이 나눠지지 않은 순수의식을 業相이라 하고 마음 심층의 활동을 아롸야식의 轉變(전변)이라 한다면 전변활동에 의해 아뢰야식은 이원화된다. 즉 주관적 의식인 轉相(見分)과 객관적의식인 現相 (相分)으로 나뉘다. 이처럼 유식의 관점에서 볼 때 주객체는 식의 전변 결과라 할 수 있다.
아라야식에서 객관적 부분을 相分이라 하고 이 상분을 바라보는 주관적 부분을 見分이라 한다. 즉 상분과 견분은 식의 전변 결과 이원화된 객관과 주관, 곧 소연과 능연을 말한다.
따라서 아뢰야식이 현행한다는 것은 아라야식이 견분 상분으로 이원화함을 뜻한다. 이처럼 주객은 아라야식의 전변에 의해 우리눈에 주체 객체로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존재는 식 이외 다름 아니기에 유식무경(唯識無境) 이라 하고 마음이 그런 존재이기에 一切唯心造라 한다.

5) 9식

이처럼 자아나 세계를 아라야식의 종자전변이라고 보는 건 결국 유아론(唯我論)이 아닌가? 그러나 불교는 아라야식의 근본에 하나의 마음이 있다고 본다. 섭론종에선 이를 번뇌없는 제9식(阿末羅識 아말라식)이라 한다.
마나식이 출세간도라고 하는 수행단계에 도달하면 평등성지라는 지혜로 변화한다. 평등성지의 자비는 마나식의 사랑과 질적으로 다르다. 평등성지가 열리면 사람을 위해서 해도 그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나이기에 나를 위해 하는 것이 된다. ‘당신이 나고 내가 당신’이므로 해주었다고 해받았다 하는 관념이 없어진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아가페사랑이요 불교의 무주상 보시인 자비이다. 즉 보시하는 자와 보시받는 자 보시되는 물건 이 세요소가 처음부터 공이어야만 진정한 보시이다. 같은책, 77쪽.

공적영지-텅비고 고요하여 신령스럽게 되는 것
원효는 이를 일심이라 함(대승기신론소>
모든 차별상이 사라진 공으로서의 마음을 원효는 차별적 다양성을 떠났기에 '일(一)'이라고 하고, 성자신해를 지녔기에 '심(心)'이라고 하여 '일심(一心)'이라고 칭한다
무엇을 일심이라 하는가. 염정의 모든 법은 그 본성이 둘이 아니고 진망의 이문에 다름이 있을 수 없기에[일체의 차별상을 떠났기에] 일(一)이라 이름하며, 이 둘이 없는 것이 모든 법 중의 실로서 허공과 달리 본성이 스스로 신묘하게 알기에(성자신해) 심(心)이라고 이름한다.
이처럼 불교에 있어 공은 추상적 허공, 단순한 없음이 아니라, 비어있되 그 자체가 신령한 앎을 지녀 어둡지 않은 허령불매(虛靈不昧)이며, 이 허령불매의 성자신해가 바로 일체 중생의 진면목이고 마음의 본성이다.
이 공적영지의 마음A가 바로 인간 마음의 본성(本性)이고 인간의 본래면목이며. 공적영지는 경험적 차원의 주관적 의식과 객관적 존재, 정신과 물질, 나와 너, 나와 세계의 이분법을 넘어선 절대 평등의 무분별지이다. 능소분별을 넘어선 무분별이고, 이분적 상대성을 넘어선 절대이며, 상대적 차별성을 벗어난 평등인 것이다.
이처럼 9식은 생각 이전의 공적 영지한 마음이며 성이다. 9식은 어떻게 알 수 있나? 말나식의 작용이 멈추어질 때 드러난다. 그럼 어떻게 마나식의 작용을 멈출 수 있나? 탐진치 삼독으로부터 자유로와질 때이다. 불교의 수행이 바로 이 과정이다.
결국 인생 문제의 뿌리는 심층자아식의 경직화(아치 아견 아만 아애-에고이즘)에 있으며 그 경직화의 원인이 언어와 이미지에 의한 심증구조의 뒤엉킴에 있다면 그 엉킴을 푸는 유연화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같은책, 79쪽.

3. 대승기신론과 염정훈습

대승기신론 이전의 대승불교는 반야경 게통에서 발전하는 공사상과 공사상을 계승 비판한 유식사상 그리고 독자적 학파로 성립되지 않았지만 초기불교의 심성본정설로부터 발전해오면서 중요한 사상적 흐름을 형성해온 여래장 사상의 세 갈래로 볼 수 있다. 대승기신론은 이 세 갈래의 흐름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성립된 것이다. 유제동, 하느님과 일심 145
대승기신론에 의하면 일체의 경험적 인식이 무명훈습으로 일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기신론에서는 마음을 진여와 망심(妄心)으로 설명한다. 대승기신론의 대승은 중생의 마음(중생심)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대승기신론 통석 505
중생심을 수레에 비유한 것은 ‘모든 부처가 본래 타고 있는 것이며 모든 수행자가 그걸 타고 여래의 땅으로 가기 때문이다.
“중생심은 일체의 경험을 포괄한다고 하는데 그것을 기신론은 하나인 마음(일심)이 실재(진여)와 현상(생멸)의 두 측면으로 설명한다. 즉 일심법에 의거하면 2문 심진여문과 심생멸문 은정희, <은정희 교수의 대승기신론 강의>, 예문서원, 2008. 55쪽.
이 있다는 것이다.

(1) 심진여문

실재로 번역된 진여는 산스크리트어(타타아타tathātā)의 의미로 ‘참으로 그러한 것’을 뜻한다. 진여는 오직 하나의 실재 일체의 사물과 현상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본체( 일법계 대총상 법문체一法界大總相法門體)”)라는 것이다.
이렇듯 진여는 모든 걸 포괄하되 현상에서 드러난 마음(상념)과 별개로 있는 것도 아니고 상념(생멸심)과 동일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진여에서 어떻게 상념이 생기는가?

(2) 심생멸문

<기신론>에선 진여에서 상념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키 위해 진여의 심리적 인과적 대응물인 여래장(tathagatagarbha)을 상정한다.
“심생멸은 여래장을 근거로 전개되는 일체 정신작용이다. 여래장은 실재와 현상의 두 측면이 결합된 상태로 달리 아뢰야식이라고 불린다.” 즉 여래장을 심리적 측면에서 아뢰야식이라 한다.
(여래장은 여래를 잠재적 상태로 감추고 있음을 나타낸다.)
아라야식은 각(깨달음)과 깨닫지 못함(불각)의 두 측면이 있다. 깨달음의 측면을 본각과 시각으로 구분.
각의-번뇌 망념 떠나 불각이 없는 상태라 이는 여래의 평등법신이니 이 법신에 의해 이름하면 본각이라 한다. 곧 본각은 심성이 불각을 떠난 것을 의미한다,
시각은 심체가 무명의 연을 따라 번뇌망상을 일으키나 본각이 훈습하는 힘에 의해 결국 본각과 같아진다.
시각은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깨달은 상태로 나아감을 뜻하여 여기서의 깨달은 상태가 바로 본각이다.이홍우, <대승기신론 통석>, 김영사, 2006.512쪽.

기신론은 깨닫지 못한 마음을 망심 망념 염심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상념은 어디서 온 것인가?
기신론에선 상념이 진여로부터 생겨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념은 진여와 하나로서 그것과 다르지 않
으며 진여와 상념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以是二門不相離) 같은책, 515쪽.
원효는 이를 진여문과 생멸문이 둘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은정희 역주 <대승기신론 소 벌기 > 88쪽.

“염정의 모든 법은 그 본성이 둘이 없어 진망의 이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이 다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 一이라 이름하며, 이 둘이 없는 곳이 모든 법 가운데 실재하는지라 본성이 스스로 신묘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마음이라 이름한 것이다.” 은정희 역주 <대승기신론 소 벌기 > 88쪽.

불교적 사고의 근본 특징에는 반드시 내적 원인 (因)과 외적 계기(緣)이 있다. 번뇌 망상은 무명이 그 원인이 되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신론은 번뇌망상이 생겨나는 과정인 (생멸유전문生滅流轉門)과 진여로 돌아가는 과정(眞如還滅門)을 훈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3) 염정훈습(染法과 淨法)

인식주체 내에 자각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것들도 아뢰야식에 저장됨 이 저장작용을 薰習이라 함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즉각 이루어짐. 훈습된 것 중 기억하는 것도 있으나 기억 못하는 것도 포함.
훈습은 진여와 무명이라는 두 상이한 원천에서 일어난다. 상념으로 흐르는 훈습과 진여로 돌아가는 훈습이 있으니 염법훈습과 정법훈습이 그것이다.

1) 薰習起염법 염법훈습

불각-근본불각-아라야식 내의 근본무명
지말불각-근본무명에서일어난 일체 번뇌임.
그럼 상념(번뇌망상)의 원인이 되는 무명은 무엇이고 어디서 생기는가? 주석가들은 마음이 실재에 이르지 못해 인식의 주체와 대상의 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홀연히 상념이 일어나는 것을 무명이라 한다.
여기서 ‘홀연히’라는 의미는 시작이 없다(無始)의 뜻으로 해석된다. 즉 無始無明이라는 것이다. 이홍우, <대승기신론 통석>, 김영사, 2006.516쪽.

517 중생은 본래부터 끝없이 계속되는 상념에 얽매어 있고 거기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이런 뜻에서 무시무명이라 한다.
무명에 시작이 없다는 건 무명이 상념의 원인이 된다는 말에 이미 함의되어 있다. 상념의 계기는 상념의 대상인 망경계이며 망경계는 상념이 이미 일어난 상태에서야 비로소 나타난다.
즉 무명은 상념의 이전에 발동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념과 더불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에는 이미 상념이 있다는 것이다.
근본무명이 상념의 원인(因)으로서 진여에 훈습하고 이 훈습으로 말미암아 망심이 생기고, 망심이 다시 무명에 훈습함으로써 번뇌망상이 생긴다. 여기서 불각념(깨닫지 못한 마음이 일어나 망경계가 나타나고 망경계가 상념의 계기가 되어 망심에 훈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마음에 집착이 생기고 온갖 의도와 행위를 일으켜 고통을 당한다.

2) 정법훈습

진여와 깨끗한 마음이 무명을 훈습한다. 이 훈습이 인연이 되어 망심으로 하여금 생사의 괴로움을 멀리하고 열반을 희구하게 만든다.
망심의 성향이 인연이 되어 진여에 훈습한다. 오랜 훈습 결과 마침내 무명이 사라지고 무명이 사라짐에 따라 상념이 일지 않으며 상념이 일지 않음으로써 그 대상 또한 사라진다.이홍우, <대승기신론 통석>, 김영사, 2006.522쪽.

이처럼 기신론에서는 아라야식에 의해 염법과 정법으로 생멸연기함을 설하고 있다. 이는 마치 옷에 향으로 훈습하면 향이 옷에 배듯 선악의 말 행동 뜻에 일어나는 선악 생각들이 일어나는 그대로 없어지지 않고 반드시 어떤 인상이나 세력을 자기 심체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십우도의 10도, 동체대비- 자리리타)
**십우도에서 심우로 시작해서 입전수수로 끝난다. 심우는 자신이 마음 밖에서 구할 것이 없음을 깨닫는 시작이고 입전수수는 다른 이를 깨우치는 시작이다.
무주상 보시-무얼 해 줄 때 우린 기대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선생은 학생에게 학생은 선생님께...
어떤 행위를 할 때 내가 무얼 했다 내가 보시했어 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건 보시가 아니다. 기대없이 보시할 수 있는 건 동체대비에서 나온다. 내 것을 너에게 준다고 할 때는 자리리타의 마음이 사라진다.

4. 불성

(1) 불성 사상의 연원

초기불교부터 불성이라는 용어를 쓴 건 아니지만 그 의미는 이미 초기불교 때부터 있었으니
예) 󰡔아함경󰡕의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 객진번뇌客塵煩惱’이 그것이다.
-󰡔열반경󰡕에 나온 “일체중생실유불성一切衆生悉有佛性”은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로 해석되어 모든 중생은 불성이 있어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왔다.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은 붓다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고는 여래를 품고 있다는 여래장이라는 언어에서 생겨났다.
여래장은 산스크리트어로 tathāgata-gārbha라 한다. gārbha는 ‘모친의 뱃속’이라는 의미로 여래를 낳아주는 자궁으로 여겨졌기에 태胎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태胎와 같은 생물학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장藏’을 붙여 ‘여래장’이라는 표현이 생긴 것이다. 이렇듯 여래장은 ‘모든 중생이 여래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볼 때 중생이 여래를 품고 있다는 의미에서 중생과 여래의 관계를 둘러싼 여러 이론이 나오게 되었다. 󰡔보성론寶性論󰡕에서는 여래장의 의미를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일체중생은 성장하여 여래로 될 소질을 갖고 있으므로 여래의 태아이다. 둘째, 중생들에게 있어서는 여래의 성격이 아직 발휘되지 않고 여래의 태 안에서 자고 있다. 셋째, 중생은 번뇌 때문에 자기에게 잠재하고 있는 여래의 성격을 태아처럼 감추어서 표면에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생의 태아는 여래성이다. 이와 같이 여래장은 여래의 인因을 의미하나 본질의 측면에서 보면 법신과 동일시된다. 이와 같이 중생과 여래의 동일성에 대한 근거로서 법신편만法身遍滿, 진여평등眞如平等, 여래성如來性 등을 제시한다. 그런데 여래장 사상은 인도 대승불교의 역사에 있어서는 중관학파나 유식학파와 같이 하나의 학파로 성립하지 못했다. 단지 중국 화엄종의 법장이 여래장 사상을 여래장 연기종如來藏緣起宗으로 독립시켜 대승종교大乘終敎로 하나의 독립된 체계로 설명하고 있다. 법장의 이러한 견해는 󰡔불성론󰡕이나 󰡔대승기신론󰡕의 여래장 연기설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 보인다. 이같이 인도에서 하나의 학파로 발전되지 못한 여래장 사상은 그 사상의 내용에서도 여러 불교학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여래법신이 상주한다는 것과 모든 중생에게 여래장이 있다는 여래장 사상의 입장은 그 유적有的인 표현으로 인하여 인도 정통 사상에서 주장하는 형이상학적 실체인 아트만과 유사한 것으로 오해되어 공空사상을 주장하는 중관학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유부有部 등으로부터는 여래장 사상을 포함한 대승 사상이 붓다의 근본 가르침이 아니라는 비판 속에서 부정되고 있다.(高崎直道, 󰡔如來藏思想の形成󰡕, 春秋社, 1990 참조.)

그러나 불성사상을 담은 󰡔열반경󰡕이 중국에 전해진 후에 여래장이라는 언어를 설한 경전이 들어왔기에 중국에선 여래장보다 불성 쪽의 영향력이 크다. 다카사키(高崎直道), 전치수 역, 󰡔불성이란 무엇인가󰡕, 여시아문, 1998, 56쪽 참조.)

이러한 모든 중생이 붓다가 될 수 있다는 불성 사상은 󰡔법화경󰡕의 가르침인 ‘일승一乘 사상’이 담고 있는 평등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승 사상이 나오기 전에는 유식종에서 주장해온 삼승三乘 사상이 있었다. 삼승 사상에서는 부처가 되는 과정을 성문승聲問乘, 연각승緣覺乘, 보살승菩薩乘으로 말한다. 성문승聲聞乘은 말 그대로 ‘소리를 듣고 깨달음의 배를 타는 것’이라는 의미로,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바로 깨달아 아라한의 경지로 나아간 존재를 칭한다. 연각승緣覺乘은 연기緣起의 진리를 바로 알아 깨달음으로 나아간 존재를 칭한다. 스승 없이 스스로 12연기법을 터득하여 깨달음을 얻은 이를 독각승獨覺僧이라고도 하며, 보살승菩薩乘은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즉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며 교화 제도한다는 보살의 모습을 의미한다.
성문승은 부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존재를 의미하고, 연각승은 홀로 연기를 깨달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보살승은 깨달음은 얻었으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깨달음을 보류한 자를 뜻한다.
이러한 삼승 사상뿐 아니라 오성각별五性各別 사상에 오면 아예 부처가 될 종자도 없다는 일천제一闡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존재의 차별화가 대승불교에 와서 일승 사상을 통해 극복된 것이다. 즉 삼승 사상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일승 사상을 주장함으로써 부처됨의 보편성이 동아시아 불교계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법화경󰡕에 나온 “삼계三界의 중생이 모두 나의 자식”이라는 표현은 일체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일승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승불교의 불성 사상은 이러한 일승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불성은 산스크리트어로 ‘Buddha-Dhātu’라고 한다. ‘Dhātu’는 법계法界의 계界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반이나 토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Buddha-Dhātu’는 원래 불성이라기보다 불계佛界로 봄이 더 타당할 것이다. 또 불성은 ‘Buddha-Gotra’라고도 하는데 ‘Gotra’는 종족種族, 종성種姓이라는 뜻이므로 부처의 종족(佛種,佛種姓)으로 번역된다. 다카사키(高崎直道), 전치수 역, 󰡔불성이란 무엇인가󰡕, 여시아문, 1998, 57쪽.
‘Gotra’는 ‘원인이나 근본’에 더 가깝기에 Buddha-Gotra는 부처가 될 요소 혹은 원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중생의 마음은 본래 청정하다’는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을 주된 교의로 삼아 왔다. 자성청정심은 󰡔반야경󰡕을 비롯하여 󰡔법화경󰡕, 󰡔유마경󰡕 등 대승경전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교설로, 대승불교의 근본적 관점 중 하나이다. 자성청정심을 언급할 때는 보통 ‘객진번뇌염客塵煩惱染’이라는 어구가 뒤따라온다. 이는 자성은 본래 청정하지만 실제 우리 마음은 번뇌 망상으로 더렵혀져 있다는 것이다.
번뇌 망상을 먼지와 같은 티끌이라는 의미에서 ‘객진번뇌’라 일컫고 있다. 보통 불교에서는 번뇌로 인해 각양각색의 업業을 쌓게 되고 그 업의 결과로 고통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번뇌 망상에서 자유로워져 자성청정심을 되찾고자 함이 불교 수행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추구하는 깨달음은 자성청정심을 회복함에 있는데, 이는 바꿔 말해 객진번뇌의 무실체성을 자각함에서 비롯되며 무상의 깨달음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불교사 안에서 많은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불성 사상은 여래장如來藏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여래장의 ‘여래如來’는 부처의 다른 호칭이다. 고타마 싯다르타와 함께 고행 수행을 하던 다섯 친구에게 붓다는 자신의 깨달은 바를 가르쳐주기 위해 찾아가서 그들에게 “나를 고타마라 부르지 말고 여래라 칭하라”고 말씀하셨다. 즉 부처 자신이 스스로를 여래如來라 한 것이다.

(2) 무상불성

도겐은 ‘일체중생 실유불성’에 대해 독창적인 해석했다. 즉 그는 ‘모든 중생은 불성을 지니고 있다’가 아니라 ‘일체는 중생이요, 실유는 불성’이라고 풀이한 것이다.
도겐이 ‘일체중생 실유불성’에 대한 종래의 해석을 뒤엎고 새로운 독법으로 이를 해석한 것일까?
거기에는 불성을 마치 영원불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내포되어 있다.
도겐은 불성을 우리 안에 상주하는 영지靈知나 각원覺元으로 보는 견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우리 안에 진아眞我가 상주한다는 견해도 비판했다. 그것은 불성이란 영원불멸한 무엇이 아니라 ‘무상無常’에 근거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참된 불성은 ‘무상으로서의 불성’이라는 것이다. 사실 도겐의 무상불성론은 육조혜능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육조단경󰡕에서 살펴본 불성 이해와 혜능의 불성 이해 간에는 차이가 있다.

󰡔경덕전등록󰡕 제5권, ｢강서지철장江西志徹章｣에 오면 무상불성에 관한 담화가 나온다. 󰡔경덕전등록󰡕 권5의 ｢강서지철장｣에 의하면 지철 선사는 강서인江西人이고 성은 장張씨이며 이름은 행창이었다. 행창은 출가한 후 6조를 참參하여 그의 법사法嗣가 된 후 지철이라 개명했다.(大正藏 51, p.239上.)
여기서의 지철志徹은 혜능의 제자인 행창行娼을 말하는데, 그는 혜능에게 󰡔열반경󰡕에 나오는 불성상주에 대해 묻는다. “모든 현상은 무상인데, 생멸상무상生滅常無常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때 혜능은 “무상이 곧 불성”이라고 응답한다.
스승인 혜능이 말한 무상불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창은 (󰡔열반경󰡕에서는) “불성을 상常이라고 하는데, 왜 스님께서는 무상이라 하는지”를 반문한다. 이에 도겐은 혜능의 무상불성론 안에 혜능의 위대함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혜능과 하택신회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졸고, 󰡔불성론 연구󰡕, 운주사, 2011, 222쪽을 참조할 것.

‘무상이 불성’이라는 것은 불성이 영원불변한 상常이 아님을 의미힌다. 다시 말해 불성은 영원히 변치 않는 무엇이 아니라 시절인연時節因緣에 따라 변하는 ‘무상’의 실재라는 것이다.
이는 불성이 수행한 후에 미래에 드러나는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현현顯現하는 실재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무상불성론에서는 초기불교부터 전수되어온 존재의 무상성과 불성의 실재를 아우르는 존재의 양면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바로 이 무상불성의 관점이야말로 존재나 실재를 이해하는 불교의 독창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이 무상과 함께 불성을 말함은 불교의 존재관이 결코 허무주의가 아님을 의미한다.

Ⅱ. 그리스도교의 심성론

1.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의 모상

대승불교 특히 선종에선 인간의 본래성인 ‘자성은 청정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절대 긍정적 인간관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전통 그리스도교의 교의신학에서는 인간을 ‘하느님의 형상이면서 동시에 죄인’으로 봄으로써 인간의 정체성을 두 측면에서 말한다. 이와 같이 인간을 두 측면에서 볼 때, 하느님의 형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느님의 모상이란 표현은 사제계 P문서인 창세기 1장 26-27절에 기반을 둔 것이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1) 기능적 의미로서의 하느님 모상

종래에는 사제계(P) 문헌인 1장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위상을 지닌 존재임이 강조되어 왔다. 현대생태파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린 화이트는 그리스도교가 생태파괴의 주범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이마고 데이’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교의 인간학에 대해 비판했다. 즉 전통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서는 하느님의 모상을 인간만이 지닌 하나의 특권인양 생각함으로써 창세기에 나오는 “땅을 지배하라”는 의미를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으로 보아 왔고 그래서 하느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도록 창조되었다고 해석해옴으로써 생태파괴를 조장해왔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자신의 모상을 주었다는 성서적 표현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에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왕정사상에서 그 역사적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고대 근동에서는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개념을 신적인 지위나 속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썼으며 가끔 신의 형상(images of God)으로 사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이는 ‘왕’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 당시의 이집트 백성들은 왕이 바로 땅에 있는 신의 현현하심이며 신의 대리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보면 왕은 신의 이미지로 간주되어왔으며 왕과 신의 유사성은 성격이나 외모에서라기보다 그 기능에서 찾고 있다.Pieter T Hessel, Christianity and Ecology, Harvard university, 2000, p.138.
다시 말해 ‘신의 모상’은 본질적 측면에서 신과 왕의 유사성을 말한 것이라기보다 기능적 측면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인간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모상을 인간의 역할 곧 인간의 소명의 측면에서 해석함을 의미해야 한다는 게 현대 신학자들의 주장이다.
하느님의 모상의 의미가 하나의 특별한 속성으로 주어지므로써 인간이 땅을 지배하는 존재로서 창조되었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의 ‘협력자’로서 창조되었음을 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창조주의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지녔다는 건 창조된 세상을 가꾸고 돌봐야 할 책임성을 부여받은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인간에게 세상을 돌보는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의 정체성 외에 인간을 죄인으로 보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이러한 측면은 그리스도교의 원죄 교의와 관련이 있다.

(2) 존재론적 의미로서의 하느님 모상

전통신학에서는 신을 전제하여 인간을 이해해 왔기에, 다른 학문(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과는 차별화되어 왔다.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는 이에 문제의식을 느껴 타 학문의 인간 이해를 수용하여 인간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시도했다. 판넨베르크는 신학이 하느님을 묻는 학문이기에 그 관심을 인간학적 관심으로 대치할 수는 없으나, 신학이 보편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간학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인간학에 대한 고려를 전제한 보편사신학普遍史神學을 해온 것이다. 전통 신학(루터, 칼빈, 바르트 등)에서는 하느님과 계시의 인식은 이성이 아닌 신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이해해 왔으나 판넨베르크는 계시 인식을 위하여 신앙이 아닌 이성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앙이 그 근거에 대한 이성적 확신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미신이나 맹신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앙의 근거에 대한 이성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신앙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주장한 것이라기보다 이성의 지지 없는 신앙은 위험함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막스 쉘러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대상세계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벗어나기도 하고 그 세계로부터 자신을 돌본다는 점에서 인간의 특성을 ‘세계 개방성’으로 보았다. 판넨베르크는 이러한 막스 쉘러의 영향을 받아 ‘신개방성’을 인간의 본성적 특징으로 언급했다. 즉 인간은 세계를 향해 자신을 실현코자 하는 세계 개방성을 지녔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신을 향한 개방성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판넨베르크에게 있어 신개방성은 ‘하느님의 모상’의 의미는 신개방성으로 다가왔다. 그가 하느님의 모상을 신개방성으로 이해하게 된 데에는 쉘러와 함께 헤르더(Johann Gottfried von Herder)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입니다. 헤르더는 전통신학자들이 가르쳐 왔듯이 ‘원래 인간은 완전한 하느님의 형상 속에서 창조되었으나 타락에 의해 완전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다시 말해 그는 인간은 원래 완전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가는 인간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점점 하느님을 닮아간다는 점에서 ‘하느님의 모상’을 인간 실현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판넨베르크는 이러한 헤르더의 주장을 수용함으로써 하느님의 형상을 완성되어 가야 할 삶의 목표로 삼았다. 이와 같이 판넨베르크는 쉘러의 ‘세계 개방성’이라는 특성과 헤르더의 하느님의 형상을 향한 목표를 지닌 존재로 인간의 특성을 본 것이다.
한편 그는 인간은 신개방성이라는 자기 본성에 모순되게, 자기중심에 갇혀 살아가는 경향을 띠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와 같이 세계와 신을 향해 자기를 폐쇄하는 것을 판넨베르크는 ‘죄’라고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판넨베르크는 인간은 신개방성과 자기 폐쇄성의 양면의 긴장관계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구원’이라고 보았다.
이와 같이 ‘신개방성’으로 하느님의 형상을 해석한 판넨베르크의 관점은 신학적인 인간 이해를 넘어 종교의 보편적 관점에서 인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나 생각한다.

2. 죄인으로서의 인간

칼 라너가 언급하듯 그리스도교의 원죄교의에 대해 현대인들에게 부정적이다. 왜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는 거야? 왜 교회는 인간이 스스로 구원될 수 없는 존재라 보고 굳이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고 말하느냐? 교회는 죄가 인류조상 대대로 유전되어왔다고 말하는데 이런 해석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또 원죄를 지닌 인간을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행위에 의해 구언이 이미 성취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구원이 이미 이루어졋음을 믿기만 하면 된다. 오직 믿음 불신지옥?

(1) 원죄사상
원죄에 관한 교의의 근거는 창세 2,4.과 로마 5.13 -19에 두고 있다. 교회는 이 문헌을 바탕으로 원죄 이론을 해석 즉 이 문헌은 인간의 죄의 보편성의 원인을 찾는 원인론적 설화이다.
이에 반해, 야훼계(J) 문헌인 창세기 2장7절은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고 하여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음을 말한다.

*신약의 로마서 5 12-21
로마서 5장 12에서 21은 전통적 원죄론의 매우 중요한 성서적 근거이다. 아담의 죄와 세상의 죄에 대한 바오로 신학의 절정이기도 하다. 사도 바오로는 아맘과 그리스도를 비교 대조 함으로써 아담의 행위가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향력, 그것도 은총의 측면으로써 아담의 죄와 죽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조규만 원죄론 29

로마서는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하며 원죄를 거론한다.
성 바오로는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음이 모든 사람에게 뚫고 들어왔습니다” (로마서 5장 12)
죄와 죽음의 보편성을 내세운 바오로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보편성을 내세운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죄인이 된 것과 같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이 이롭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로마서 5장 19) 조규만 원죄론 30

25 우리는 어떤 연유로 아담과 연대성을 지니는가. 좋은 일만이 아니라 불행한 일도 명예스러움만이 아니라 고통분담도 혈연적이든 지연적이든 정신적이든 가까울수록 함께 나누기 마련이다. 우리는 아담과 예화의 죄에 대해 함께 책임을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함께 해야하는 존재,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아담 이래 모든 인간은 하나의 인류, 하느님 앞에 함께 서야하는 공동운명체로서의 인류를 의미하지 않는가. 원죄 이야기는 인류가 서로 깊이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연대성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기적 자아를 벗어날 수 있을때 대아에 눈뜰때, 인류의 연대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규만 원죄론 25

33 한 사람과 모두의 연대성.
죄에 있어서 아담과 모든 사람이 연대되듯이 은총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모든 사람이 관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성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죄를 지음으로써 원인성이나 윤리적인 책임성의 측면에서 연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얻게 되는 은총역시 육체적 연대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규만, <원죄론>,가톨릭대학교출판부,2004.33쪽.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왔고 ...죄는 세상에 군림하여 죽음을 가져다 주었지만 은총은 군림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있게 하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한다.
로마서는 전통적 원죄론의 매우 중요한 성서적 근거이다. 바오로는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 대조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 들어왔듯이 (로 5 12) 한사람의 순종으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이 의롭게 될 것이기 때문(로 5 19)
창세기 저자는 원죄이야기를 통해 죄와 그 결과로 파생되는 인간의 비참은 하느님의 탓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탓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타락 설화는 죄의 원인을 하느님께 돌릴 수 없으며 원인은 인간 자신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또한 원죄이야기는 한 사람의 죄는 그 사람의 책임으로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는 인간의 현실 체험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원죄이야기는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는 죄의 상황에 관한 진술이다.
원죄개념을 처음 사용한 교부는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 뜻보다 자신의 욕망을 내세웠던 결과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자유의지도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탕생활을 하던 그는 회심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함으로써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
자신의 이 체험에 바탕하여 구원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었다. 이 주장에 대해 펠리기우스는 반기를 들었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이 마치 하느님이 애초에 결격 사유가 있고 쉽게 고장난 제품처럼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 창조능력에 대한 모욕처럼 들린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간은 원죄에도 불구하고 자유의지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펠리기우스의 주장에 대해 교회는 그가 인간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했다는 점과 실재하는 죄의 유전성을 간과했다는 이유 때문에 그의 주장을 거부했다. 하태수 논문 3쪽.

(2) 원죄에 대한 여러 해석들

1) 아우구스티누스

그리스도교 사상가 중에서 아우구스티누스 만큼 악의 기원과 그 본질문제로 고민하고 깊이 사색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교와 영지주의를 헤메다가 新플라톤주의를 거쳐 그리스도교에 귀의하였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창조신앙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선하다”(Omnis natura bona est)라는 명제를 그의 사상의 출발점으로 받아 드렸다. 즉 하느님은 만물의 창조자시요, 모든 善의 근원이시므로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선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선한 것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현실세계 속에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거스틴은 마니교나 영지주의 처럼 악을 현실적 실체를 지닌 그 무엇이라고 보지 않았다. 악은 근원적 영원실체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악은 다만 존재의 결여상태이며, 善이 결여상태일 뿐이다. ‘善의 缺乏’(privatio boni)으로서 악을 본다는 말은 악에게 존재론적 기원과 자존성과 그 신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즉 악은 존재가 그 본래적인 충만한 온전성을 잃고 손실(amissio),결핌(privatio),부패(corruptio) 된 상태로 전위 되었을 때 출현한다.
이런 면에서 악은 어떤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핍이 원인이다. 따라서 악이란 스스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선하고 좋은 것이 그 본래적 상태에 이르지 못하거나 변질되었을 때, 그림자가 생기듯이 존재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악의 결핍, 부패, 손실이 일어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인간의 선한 의지의 결핍으로 내면적인 인간경험에서 파악된다.
어거스틴은 의지의 본성은 자유이며 인간은 그의 자유의지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지고선을 추구하기 보다 존재 위계질서에서 보다 하위적인 것을 더 많이 사랑하는 탐욕(cupititas)에서 보았다. 따라서 도덕악은 인간의지의 왜곡이요, 자연악은 그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선하심을 악용하지만 하느님은 인간의 악도 역설적으로 선용하심으로 “악을 선으로 이기신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섭리는 선과 악의 대립을 통해서 역사하시면서 구원의 종말론적인 완성에로 역사를 이끌어가신다고 보았다.
현대신학자들(칼 바르트, 불트만, 라인홀드 니이버, 칼 라너)의 견해도 본질적으로 어거스틴의 근본사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성에 있어 사회와 우주자연에서 악의 현실성은, 초자연적인 악한 실재 곧 사탄적 존재나 우주이 운명의 힘이거나 생물학적 제한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자유의 남용에서 오는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이라고 본다.
다만 인간성의 상실과 그 타락상의 심각성이 그 회복을 위해서 인간 도덕적 수양론이나 자기 성찰을 가지고서는 부족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봄으로서, 하느님의 은총과 성령의 감화를 요청한다. 이 점에서 인본주의적 휴메니즘 윤리설과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2) 틸리히

틸리히는 원죄 또는 유전적 죄 등의 말은 제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전통적 원죄 개념이 개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유전의 개념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에 하느님과의 단절된 인간의 연대적 책임으로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죄교의는 개개인의 도덕적 죄 문제는 논하면서도 인간 공동체의 곤경과 궁핍 비극적 상황은 도외시 되었다는 것이다. 틸리히가 말했듯이 죄를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전이라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전이가 일어났는가?
틸리히의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전이란 표현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추방되는 타락성화를 실존철학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틸리히는 타락의 원인은 가능성이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온다고 본다. 그건 인간의 유한한 자유에서 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락의 원인은 악마의 유혹 때문이나 육체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유한한 자유를 지니고 있기에 타락할 가능성 앞에 놓여 있다.

a. 타락의 결과
틸리히는 타락의 결과를 인간의 소외로 본다. 소외가 곧 죄이며, 죄가 곧 실존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실존은 마침내 자기자신의 독립왕국을 확보함으로 인해서 너로부터, 그리고 자기자신의 본래 상태, 곧 영원한 순수상태였던 원초적 자리로부터 소외, 분리되고 만 것이다.

b. 원죄의 전가
우리가 원죄의 문제를 말하는데 있어서 아담이 어떻게 범죄하였느냐 하는 범죄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한 사람의 범죄로 인하여서 인류 전체가 타락하고 부패하였는가, 즉 아담의 죄악이 그의 후손에게 전가될 수 있는가 하는 전가문제가 중요하다.
틸리히는 원죄를 유전적으로 보는 관점을 비판한다. 즉 라너는 "본래적인 것도 아니요, 유전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미치는 소외의 보편적인 운명"이라는 것이다. 곧 그는 틸리히는 죄에 대한 인간의 행위가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죄의 사실이 있다고 본다. 죄가 개인에게 나타난 것은 소외가 보편적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본질에서 실존으로 떨어짐을 말하고 있는데, 이 떨어짐이 보편적 인간의 상황으로의 타락을 뜻한다. 이와 같이 틸리히는 인간의 행위가 죄가 되는 것을 법에 대한 불복종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 하느님으로 부터, 인간으로 부터, 자기자신으로 부터의 단절된 인간소외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틸리히는 죄를 유전적 개념보다는 하느님과의 관계로부터 소외라는 보편적 사실에서 다루고 있다.

c. 소외 (Estrangement)와 죄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전이는 결국 소외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실존의 상태가 곧 소외의 상태라고 틸리히는 말한다. 인간의 실존 자체가 자기존재의 근거로 부터와, 다른 존재인 타자로부터, 그리고 자기자신으로 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틸리히가 왜 죄라는 용어보다는 소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인간소외의 특징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보도록 하겠다.

ㄱ. 불신앙으로서의 소외

첫째가 '불신앙'(Unbelief)인데, 이 불신앙은 교회의 교리를 믿지 아니하려는 것이나, 믿을 수 없는것이 아니라, 인간 전 존재가 하느님께로 부터 떠나가는 행동 또는 상태, 인간의 자아가 하느님께로 부터 소외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불신앙이란 하느님께 등을 돌려 버리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실존적 자아실현의 과정 가운데서 자기존재의 근거인 하느님과의 본질적인 연합을 깨뜨리고 자아와 세계를 실현시키려고 시도한다.(데카르트) 비유컨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개체화를 완성하려 할 때 자기기반이었던 원초적인 합일을 깨뜨리고 독립하고자 하는데에서 오는 소외감이다.
틸리히는 말하기를 "어거스틴은 하느님과 인간의 결합은 교회요, 성례전의 매개를 통해서 주어지는 신비한 은총의 힘에 의하여 달성된다. 사랑의 주입 (the infusion)으로서의 은총이 소외극복의 힘이 된다"고 말한다.
자기존재의 기반인 하느님으로부터 떠나서 하느님 없이 자기가 삶의 중심이 되려는 의지 속에 죄 곧 소외는 자리하고 그것을 불신앙 (Unbelief)이라고 한다.

ㄴ. 교만(Hubris)으로서의 소외
소외된 인간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그 자신이 곧 세계의 중심인 것이다. 구약성서의 선악과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하느님과 같이 된다는 하와에 대한 뱀의 약속에 넘어간다. 즉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마음 바로 교만심이 그것이다.
교만은 인간실존의 위대성과 비극성에 뿌리박고 있는 존재론적인 문제이다. 이것은 무한의 영역에 대한 유한한 인간의 자기승화, 유한성을 절대적 선과 동일시하려 한다. (예, 바리새인과 ...),
이러한 교만은 개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집단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모든 인간은 하느님 처럼 되고싶은 숨은 욕망이 있기에 누구도 자신의 유한성과 연약함과 오류와 무지함과 불완전성과 고독과 불안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인간실존에게 어떻게 교만은 시작되는 것인가 ? 틸리히는 교만으로서의 소외의 경우 인간은 본질적으로 처하여야 할 하느님의 중심에서 벗어나 자기중심에 서게 되며 자기가 완전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실존적으로 자기자신을 자기와 세계의 중심이 되도록 유혹을 받게 된다.
어거스틴은 말하기를 교만을 모든 죄의 총체적인 죄라고 본다. 따라서 종교적인 참회 즉 하느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지, 어떤 도덕적인 선행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ㄷ. 욕망 (Concupiscence)으로서의 소외

왜 인간은 하느님에게서 떠나 자기중심이 되려는 유혹을 받는가 ? 그것은 모든 인간이 전체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에의 재결합을 욕망한다. 즉 인간에게 있는 빈곤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풍요를 추구하게 만든다. 무한성과 유한성(infinity and finitude) 사이에 인간이 위치하였다는 것이 '욕망'(concupiscence)을 불러일으킨다.
즉 이는 자기안에 실재전체를 당겨 넣으려는 무한한 욕망(the unlimited desire)을 말한다.
거기에 자신이 왕으로 군림하려는 욕망 자신이 곧 세계의 중심이 되어보겠다는 욕망, 그것도 무제한으로 그 자리를 누리자는 것이 그것이다.

<원복과 창조영성>

현대에 들어 원죄사상에 반하는 원복사상이 강조되고 있는데 메튜폭스의 창조영성이 그것이다. 메튜 폭스는 죄/구원 틀과 창조/축복 틀 위에서 ‘원죄’와 ‘원축복’으로 대비시켰다.
그는 타락/구속 전통의 영성이 이원론적 ‘분리’ 즉 인간/자연, 주/객, 정신/물질, 영/육의 이원론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반해, 창조중심 영성 전통은 변증법적 상호 관계성의 영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창조중심 영성은 창조야말로 축복이며 원복(original blessing)이라는 선언에서 출발한다. 즉 창조계 모두가 하나의 깊은 사랑의 원천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면 창조계 모두는 창조의 축복을 받았다는 것이다.
메튜 폭스는 창조주로부터 흘러나오는 힘에 의한 원축복(Original Blessing)으로서의 우주 창조에 대한 감사, 황홀을 맛보는 창조영성회복이야말로 생태파괴라는 이 현실을 극복하는 힘이 됨을
강조한다. 「메튜폭스 ‘창조 영성’의 개요」, 36p

즉 타락구원영성에선 자신의 기원과 본성에 대한 두려움, 단죄에 대한 두려움, 우주에 대한 두려움을 가르쳐왔다는 것이다. 곧 타락/구속 영성에선 죽음을 죄의 결과로 이해하여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가르치는 데에 반해, 창조중심 영성은 만물을 삶과 죽음 그리고 생성 변화의 순환과정으로 바라봄으로써 죽음까지도 신뢰할 수 있게 한다. 죽음의 체험에 대한 외경이야말로 우리에게 삶의 우주적 깊이를, 우리 삶의 우주적 상호 관계성을 드러내 준다는 것이다. 강중훈, 위의 책, 42p.

또한 폭스는 타락/구원 영성에서 하느님의 행업을 과거에 매어놓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창조는 먼 과거의 6일 사건에 불과하고 원죄도 먼 과거의 사건이며, 구원도 그 옛날 예수의 베들레헴 탄생과 골고타 십자가 사건에 국한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폭스는 창조중심 영성에서 ‘지금이 바로 그때’ 라는 실현된 종말론적 체험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적 축복과 자비와 구원이 지금 여기에 현존하며 그런 의미에서 그것에 대한 실존적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중훈, 위의 책, 46p.

그러나 폭스신학은 죄/구원 틀과 창조/축복 틀 사이를 단절시킨 한계가 있다. 죄 /구원의 영성은 폭스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인위적으로 닫혀있지 않다. 그는 죄/구원 틀과 창조/축복의 틀을 대비시키며 상호 소통이 불가능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단순화이다.
그는 죄/구원 틀을 낡고 억압적인 것으로 보지만
이 틀에도 진정성이 있다. 즉 우리는 언제나 죄 지을 가능성을 안고 있는 존재이며 하느님이 주신 축복을 갖고 당신을 거스를 수 있는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이 죄/구원의 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죄 /구원틀의 진정성은 땅에서 출발하며 그 강점을 사명의식에 있다.
겸손을 뜻하는 영어 humility는 땅을 의미하는 humus에서 왔는데 우리 자신이 들어선 모든 관계에서 스스로 낮아진다면 땅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하느님 앞에서만 겸손하고 다른 것에겐 오만하다면 그건 겸손이 아니다.
폭스가 주장하듯이 죄/구원영성과 창조영성을 이원화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합함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죄/구원 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 틀에서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문제다. 하느님과 관계를 끊으면서 오히려 그것을 하느님의 일로 생각했던 오만과 빗나감이 문제지 죄 /구원의 이념과 페러다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나오면서
이상에서 우린 불교의 심성론과 그리스도교의 심성론을 비교해보았다. 불교가 자성청정심 진여 불성ㅇ르 인간의 본래성으로 보았듯이 그리스도교 역시 하느님의 모상을 인간의 본래성으로 본다.
그러나 인간의 실존은 그 본래성을 상실한 상태이기에 양종교는 이를 회복해야 할 당위성을 지녔고 그것이 바로 양 종교의 수행론이나 기도 영성의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중 선불교의 심우도와 향심기도의 십수도의 비교를 통해 심성론에 바탕을 둔 양종교의 수행론ㅇ르 비교해 보고자 한다.
불교의 불성론은 그래서 수행을 통한 인간의 본래성 회복 즉 부처됨 성불을 추구한다. 불교의 수행은 ‘자성청정심’이라는 대승교의가 말하듯이, 수행은 인간의 본성을 청정하다고 보는 것, 곧 자기 본래성이 부처임을 믿는 데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지향하는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일으켜야 하는 ‘발보리심’은 자기 존재성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불교 수행은 이 청정성을 깊이 자각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믿음’은 수행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마침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종래의 불교의 수행이 불성에 무게중심을 둠으로써 무상의 측면이 그리 강조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견성보다 현성
-마인드풀리스(마음챙김)/ mindlessness(마음놓침)
-도겐의 시간관
이것이 바로 도겐이 말한 유시현성, 금현성(今現成), 유시이금(有時而今)의 의미이다. 이렇듯 무상에 근거한 존재의 실상을 자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지금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는 사실, '없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놀라움을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도겐은 "모든 존재는 광대한 현상세계 속으로 비쳐 들어온 섬광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는 자성청정심을 중시해온 데 비해, 그리스도교는 아우구스티누스 이래 인간의 원죄와 죄성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원죄설에 대한 강조가 결국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인간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 역시 인간의 본래성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보지만, 인간의 죄성이 강조되면서부터 하느님의 형상은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생태 문제와 연관 지어 그리스도교의 인간관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면서 그동안 간과해온 ‘하느님 모상’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기 시작했다.
불교의 사상은 인간의 본성을 단순히 존재론적 차원에서 보지 않고 이것이 곧 성불 부처됨과 직결. 이는 수행론과 직결되어 있다. 그것은 인간은 궁극적으로 인격적 완성이나 깨달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