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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민 연구실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행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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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75.♡.48.178) DATE : 16-07-18 13:36 READ : 1178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행론 비교(2016.5.20).hwp (124.0K), Down : 41, 2016-07-18 13:36:20

한국융연구원강의 2016.5.20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행론 비교
최현민

1. 종교의 수행이 지닌 의미

불교가 철학이 아니고 종교인 건 바로 인간의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 불교적 구원은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의해 타력적으로 구제된다는 것이 아니라(물론 정토종과 정토진종이 있으나) 스스로 깨달음을 통해 해탈 (번뇌망상으로부터 자유로와진 상태) 곧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자기 본래성이 청정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성청정심, 진여, 심진여, 제9식, 일심이 그것이다. 그래서 해탈의 첫 단계는 자성이 청정함을 믿는 데에서 출발한다.

1. 대승불교에서의 믿음

불가에서도 ‘신해행증信解行證’, 곧 올바로 믿고, 이해하고, 행하고, 깨닫는다고 하여 ‘믿음’을 강조해왔다.

1) 󰡔화엄경󰡕과 선불교에서의 믿음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그 제목이 시사하듯이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이 믿음을 완성시킬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기신론󰡕의 저자로 알려진 마명馬明은 글 첫머리에 이 글을 짓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이는 중생들로 하여금 의혹을 없애고 그릇된 집착을 버려서 대승의 올바른 믿음을 일으키고, 그리하여 부처의 씨앗이 끊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신론󰡕의 주석서 󰡔기신론소疏󰡕를 저술한 원효元曉는 󰡔기신론󰡕의 제명題名을 해석하는 글에서 ‘대승大乘’과 ‘기신起信’을 논論의 체용體用 관계로 설명 대승은 󰡔기신론󰡕의 종체宗體라 하고, 기신은 󰡔기신론󰡕의 기능機能이라 함.
즉 대승은 체體에, 기신은 용用에 해당된다. 󰡔기신론󰡕에서 대승大乘은 중생심이면서 동시에 일심一心이라고도 한다.
일심은 더러운 것(染)과 깨끗한 것(淨) 등 모든 존재 현상을 통섭統攝하는 것인데 이러한 일심이 사실은 중생심이라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것(起信)이 중요.
-대승-체-중생심
-기신-용-일심
중생심이 곧 일심이라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발심發心-발보리심이라 함

참조) <입보리행론> 15-6쪽.
“선의 힘은 항상 약하고 강한 악업의 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완전한 보리심이 아닌 그 어떤 선으로도 악을 조복받을 수 없습니다.
무량한 세월동안 깊은 사유를 행하신 모슨 부처님께서 이 보리심만이 유익함을 보시고 이것으로 중생에게 아주 쉽게 궁극의 안락을 얻게 하셨습니다. ...보리심을 일으키면 윤회의 쇠사슬에 얽매인 가련한 자도 보살이라 불리며 세간의 천신과 사람들이 함께 받듭니다.”

󰡔기신론󰡕에서는 발심과 관련하여 부정취不定聚, 정정취正定聚에 대해 말하고 있다.
1) 부정취는 신심을 갖긴 했으나 의지 면에서 언제나 퇴행할 수 있기에 신심도 퇴행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무리
2) 정정취는 한 번 발심하면 이를 끝까지 유지하는 무리-- ‘불퇴신의 믿음’을 지닌 무리.

󰡔화엄경󰡕에서도 믿음을 “도道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니 모든 좋은 일을 키워주고 모든 의혹을 끊어주며 최고의 도道를 일으키고 드러내 보여준다”라 하여 믿음을 강조함.

󰡔화엄경󰡕에는 보살의 수행 과정을 52단계로 나눔.
-처음 10단계가 믿음의 10단계인 십신十信
-그 다음은 믿음을 확고히 다지는 10단계인 십주十住.
-이어서 10가지 닦음인 십행十行이 나옴.
--여기까지는 자기 자신의 깨달음을 위한 것
-그 이후는 자리이타自利利他 수행으로 자신이 쌓은 공덕을 중생에게 돌리는 10가지 단계인 십회향十回向이고
-그 다음에는 보살의 경지를 10단계로 나눈 십지十地 그리고
- 마지막 단계가 부처의 깨침과 거의 같은 단계인 등각等覺과 묘각妙覺.
-여기서 주목할 것은 초발심시방등정각初發心時方等正覺, 곧 수행 과정의 첫 단계인 ‘발심’했을 때의 상태가 마지막 단계인 묘각妙覺과 같다는 사실.
-어떻게 처음 발심할 때가 궁극적인 깨달음인 정각正覺과 동일할 수 있는가?

󰡔화엄경󰡕에서는 초발심初發心을 ‘물러서지 않는 마음’인 불퇴심不退心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란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믿는 마음에서이다. 따라서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의심하는 마음은 퇴심退心이고, 의심을 버리고 자신의 본래성을 굳게 믿는 마음이 바로 불퇴심이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믿음 없이는 깨달음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은 발심한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향해가는 구도의 길을 보여주는데 그는 그 여정에서 52명의 선지식을 만났다.
선재동자가 만난 모든 사람을 그는 부처와 보살로 믿고 그 가르침을 따라 실천하여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녔던 ‘믿음’ 곧 초발심을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에 정각을 이룰 수 있었다.

*지눌(知訥, 1158~1218)
󰡔화엄경󰡕에서 말한 보살도 수행의 ‘초위初位’가 선불교의 궁극적 깨달음인 ‘정각正覺’의 자리라 하여 禪敎일치를 주장.
선종의 초조初祖인 보리달마도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에서 믿음에 대해 언급. 달마는 깨달음을 얻는 길을 이입二入(이입理入과 행입行入 행입行入은 네 가지 실천인 보원행報寃行, 수연행隨緣行 무소구행無所求行, 칭법행稱法行을 말한다.
으로 설명.
이입理入이란 경전의 가르침으로 불교의 대의를 깨닫는 것이다. 모든 중생이 범인이나 성인도 모두 똑같은 진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심신深信하라. 다만 범부는 객진에 뒤덮여져서 그러한 진성을 밝히지 못할 뿐이다. 정성본, 󰡔선의 역사와 사상󰡕, 불교시대사, 1999, 159쪽.

여기서 믿음이란 진성眞性, 곧 불성에 대한 믿음을 말하며 선 수행은 바로 이러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선종의 3대 조사 승찬도 󰡔신심명信心銘󰡕에서 믿음에 대해 말한다.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며, 둘이 아닌 것이 곧 믿는 마음이다(信心不二不二信心).” “信心不二不二信心言語道斷非去來今.”
즉 믿는 것도 마음이요, 믿을 대상도 마음이라는 것.

2) 정토불교의 믿음

선불교는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자력 신앙이라면, 정토불교는 아미타불에 대한 타력 신앙이다.
그러기에 정토종 신앙을 자력으로 깨달음을 추구하기 어려운 근기가 낮은 이들의 신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정토종이 염불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
그러나 정토종에서 염불보다 더 중시되어온 것은 ‘아미타불 신앙’이다.

정토종 안에서도 신앙을 강조한 인물로 ‘신란(親鸞)’을 들 수 있다. 신란의 사상은 불교 안에도 절대타력 신앙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아미타불 신앙은 자신의 죄악성에 대해 철저한 자각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그가 86세 때 지었다고 하는 ｢우독비탄술회愚禿悲嘆述懷｣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나는) 정토진종淨土眞宗에 귀의했건만
진실한 마음은 얻기 어렵고
나에게는 청정淸淨한 마음이란 없구나.
겉으로는 현명하고 선하고 정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탐욕과 노여움과 거짓이 많으니
간사함이 가득 찼도다.
악한 성품은 실로 그치기 어려워
마음이 뱀과 전갈과 같다.
선을 닦는 것도 독에 섞여 잡스러우니
허가虛假의 행行이로구나.
(내게) 진실한 마음이 없지만
미타彌陀가 존귀한 이름을 회향廻向하신 즉
공덕功德이 시방十方에 가득하도다. 󰡔正像末和讚󰡕, 󰡔全集󰡕 Ⅱ, 527쪽.

자신의 죄악성을 깊이 자각한 신란은 신심 또한 자신이 직접 내기 어렵기에 신앙마저 아미타불께서 주신 선물로 본다.
신란 이전에 활동했던 호넨(法然)도 아미타불의 본원에 대한 신심이 강했지만, 그는 염불행을 강조했으므로 자력적인 측면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신란에 와서 염불은 물론 신심마저도 아미타불로부터 회향되었다고 봄으로써 자력적인 면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신란이 말한 것처럼 신심마저 그 주체가 아미타불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자기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1. 팔정도 수행

수행을 빼고는 불교를 논하기 어려울 만큼 불교 전통 안에는 많은 수행 이론과 실천이 있어 왔다. 깨달은 후 붓다께서는 자신의 수행과 깨달음에 바탕을 둔 가르침을 펼치셨는데 이것이 바로 팔정도八正道 수행이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실 당시, 제자 수바다(善賢, Subhadda)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셨다. “수바다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네가 지금 해탈을 원하느냐 하는 것이다. 해탈을 원한다면 팔정도를 닦아라.” 틱낫한, 진현종 옮김, 󰡔아! 붓다󰡕, 반디미디어, 2004, 73~74쪽.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죽음에 이르는 순간에까지 팔정도 수행을 가르쳤다. 그렇다면 팔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팔정도는 계戒․정定․혜慧 삼학과 비견.
- 계戒- 자신의 행行을 제어하는 계율
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
-정定- 명상 수행-정근正勤․정정正定․정념正念
-혜慧- 계와 정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
정견正見․정사유正思惟

1) 혜
- ‘올바른 견해’-정견正見
의식을 통해 세계를 하나하나 규정하는 개념을 만들어 내고 그 개념들을 통해 서로 소통.
- 붓다는 제자인 수보리에게 “지각이 있는 곳에 기만이 있다”고 말씀하심.
하나의 사물도 각자가 처한 상태에 따라 또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올바른 견해(正見)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견해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
바른 견해를 지니기 위해선 바르게 사유하는(正思)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생각을 할 때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기보다 과거의 기억에 비추어 현재를 보거나 미래의 일에 마음을 두고 현재를 바라봄

2) 定
正思하려면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는 수행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정념正念이다.
- 정념의 ‘념念’은 금今과 심心이 합쳐진 글자로 온 마음과 온몸으로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을 의미.
-몸과 마음으로 ‘지금 여기’에 온전하게 머물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자각하고,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도록 닦는 수행
-정정正定은 바르게 마음을 집중하는 것으로, 한 가지 대상에 마음을 향하는 수행
-정정 수행을 위해 호흡을 집중의 대상으로 삼는데 이러한 호흡 명상은 정념 수행이면서 동시에 정정 수행이라 할 수 있다.
- 정념 수행이 결실을 얻으려면 꾸준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정근(正勤, 正精進)

3) 戒
부처님께서는 수행과 깨달음만이 아니라 계율의 필요성도 강조- 정어正語와 정업正業, 정명正明 -‘정어正語’는 ‘바르게 말하기’인데, 말이란 자기 생각을 표방하는 수단이기에 올바른 말을 하려면 올바른 생각(正思)을 해야함.
-‘정업正業’은 바른 행위를 하며 사는 것
-‘정명正命’은 바른 생계수단으로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살펴봄.
-팔정도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상즉상입相卽相入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각각은 나머지 7요소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를 ‘팔정도의 상즉성相卽性’이라 한다.
-한국불교는 정혜쌍수定慧雙修라 하여 정과 혜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우린 부처님께서 왜 명상(定)만을 가르치지 않고 계율(戒)을 포함한 계정혜戒定慧 삼학의 조화를 강조하셨는지 다시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2. 위빠사나 수행

불교 수행은 크게 지止와 관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止는 산스크리트어로 사마타(śamatha)이며, 관觀은 위빠사나(vipassanā)를 말한다. 지止는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여 마음을 고요히 하는 수행으로,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얻기 전에 사마타 수행을 하셨다.
-궁극적 깨침으로 나아가려면 사마타 수행에서 끝나선 안 되고 지혜를 깨우쳐야 한다.
-위빠사나 수행은 단순히 마음을 고요히 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탐진치, 곧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소멸시키는 지혜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위빠사나(vipassanā)는 ‘vi’와 ‘passanā’가 합쳐진 복합어. ‘vi’는 ‘꿰뚫다’는 의미이고 ‘passanā’는 ‘passati’(보다)의 명사형으로 ‘봄’을 뜻한다. 따라서 위빠사나는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수행 방법은 부처님께서 하신 수행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위빠사나는 󰡔대념처경(大念處經, Maha-satipatthana-Suttanta)󰡕에 근거하고 있다.
Maha는 대大라는 뜻이고 satipatthana는 ‘염처念處’ ‘알아차린다’는 뜻을 지닌 sati는 위빠사나 수행의 핵심이다. ‘알아차림’의 대상은 마음 안에서 생기는 모든 상태를 말한다.
위빠사나 수행은 알아차림의 대상에 따라 크게 네 가지(사념처四念處)로 구분.
신념처身念處와 느낌에 집중하는 수념처受念處, 마음에 집중하는 심념처心念處, 법에 집중하는 법념처法念處이 그것이다.

1) 신념처 수행
신념처身念處 수행은 몸 구성하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를 관觀하는 것을 말한다.
땅의 요소(地大)는 우리 몸 안에 뼈와 같은 단단한 성질을 말하고, 물의 요소(水大)는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짐
불의 요소(火大)는 몸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바람의 요소(風大)는 호흡을 통해 외부로부터 내게 들어오는 공기와 바깥으로 내보내는 공기를 의미한다.
신념처 수행은 그중 바람의 요소에 해당하는 호흡관법을 많이 사용 호흡관법 중 마하시 마하시 사야도(1904~1982)는 󰡔대념처경󰡕을 공부한 뒤 스승을 찾아 나섰다. 그는 타톤 지방의 유 나라다 스님을 만나 위빠사나 수행을 배웠다. 그 후 마하시는 1938년부터 1982년간 마하시 수행을 가르쳤다. 그의 제자인 우 빤디따 사야도가 한국에 방문한 후 한국에도 이 수행법이 알려졌다. 마야시 수행법 외에도 고엔카 수행법이 있는데, 이는 마하시 위빠사나 수행과 달리 수념처受念處 수행법이다.
위빠사나 수행은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것으로, 배의 움직임을 통해 일차적 대상인 호흡을 알아차리는 수행이다.
처음에는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기 위해 두 손을 배에 대고 그 움직임을 느껴본다. 숨을 들이쉴 때 배가 불러오고, 숨을 내쉴 때 배가 꺼지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배가 들어가고 나감을 알아차린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자기 내면에서 여러 가지가 일어남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알아차림의 대상이다.
- 알아차림의 일차적 대상은 ‘배의 움직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러 생각과 몸의 변화가 일어남을 알아차려야 한다.
-수행 중 자신이 생각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렸다면, 다시 일차적 관찰 대상인 배의 움직임으로 돌아간다.
- 망상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 그 생각 속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없이 일어나게 된다. 다음은 몸의 느낌을 알아차린다.
-피곤함이나 뻣뻣함 가려움. ‘게으름’ ‘의심’ ‘원함’ ‘후회’ ‘행복’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두가 알아차림의 대상이다.
이렇게 계속 수행하다보면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림을 알아차리게 된다. 즉 모든 것은 짧은 순간 일어났다가 사라짐을 깨닫게 된다.
이런 인식이 분명해지면 영원한 것은 없음을 곧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렇듯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지혜가 열린다.

2) 수념처

- 수념처 수행에서는 그 느낌이 무엇이든 그것을 바라보고 관觀한 후 다시 일차적 관찰 대상인 호흡으로 돌아가는 수행이다.
그러면 즐거운 느낌이나 즐겁지 못한 느낌은 결국 내 안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짐을 깨닫게 된다.
-느낌을 관찰할 때 마치 강둑에 앉아 각 느낌이 생겨났다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즐거운 느낌이 생기면 매달리려는 경향이 생기고, 그렇지 않는 느낌이 들면 이를 쫓아버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이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3) 심념처
--심념처心念處 틱낫한, 진현종 옮김, 󰡔아! 붓다󰡕, 반디미디어, 2004, 101쪽.
는 마음을 관하는 수행.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건 마음의 형성(心行, citta saṅkhāra)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
- 마음에서 일어나는 ‘화’도 마음의 형성이다. 심행心行 중 어떤 것은 정신을 고양시켜 고통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지만, 어떤 것은 정신을 무겁게 하는 불건전한 심행도 있다.
이렇듯 심념처 수행은 하나의 심행이 일어날 때 그것을 인지하는 수행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의 흔들림은 의식에 나타나기 전에 이미 씨앗의 형태로 무의식(藏識) 속에 잠재되어 있다. 다시 말해 심행은 모두 씨앗의 형태로 장식藏識 속에 있다.
-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건, 자신이 싫어하는 상대가 지닌 같은 면을 자신도 지니고 있기 때문. 이런 점에서 상대는 나의 내면을 비추어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법념처法念處 수행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법이란 마음의 대상을 뜻한다.
부파불교에서는 51가지 심소법心所法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이는 심행이 51가지임을 뜻한다. 따라서 마음의 대상 역시 51가지가 된다는 것이다. 틱낫한, 진현종 옮김, 󰡔아! 붓다󰡕, 반디미디어, 2004, 104쪽.

3. 선 수행

1) 초기 중국 선 수행
위빠사나 수행이 상좌불교의 핵심적 수행 방법이라면, 대승불교에 와서는 선禪 수행이 발달되었다.
-선은 인도에서 시작된 하나의 명상법이었는데 중국으로 건너와 선종이라는 독자적인 불교의 한 종파가 되었다. 인도의 선 명상법이 중국으로 건너와 선종이라는 한 종파를 형성하게 된 데에는 보리달마의 역할이 컸다.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인 보리달마의 전기와 사상을 전하는 것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는 달마의 직계 제자 담림曇林이 쓴 󰡔약변대승입도사행론서略辯大乘入道四行論序󰡕(T 51. 458b)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달마는 남천국 국왕의 셋째 아들이라 전해지고 있으나, 󰡔낙양가람기󰡕에 의하면 페르시아 인이라고 한다.

달마 이전 중국불교는 복잡한 교의와 경전 중심의 불교였다가 인도에서 건너온 보리달마가 선 수행을 가르쳤는데 중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중국불교는 달마를 계기로 경전 중심의 불교에서 선 수행 중심의 실천불교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달마의 가르침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담림曇林의 저술에 나온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
-이입이란 도道에 들어가는 두 길을 말하는데 이理로 들어가는 길(理入)과 행으로 들어가는 길(行入)이 그것이다.
이입理入은 ‘경전(敎)에 의해 그 근본정신을 파악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含生凡聖)의 평등한 본성(同一眞性)을 믿고 벽과 같이 스스로의 마음을 관하여 자신과 상대가 둘이 아님을 깨닫고, 진실의 도리와 명합하여 차별없이 무위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야나기다 세이잔, 안영길 역, 󰡔선의 사상과 역사󰡕, 민족사, 165쪽.

이와 같이 달마가 가르친 수행법은 이입사행론에 근거한 벽관壁觀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벽관이란 단순히 ‘벽을 향해 좌선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면벽관심面壁觀心이라 하여 몸은 벽을 바라보지만, 자기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것이다.
즉 마음을 담벼락과 같이 해서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고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한 벽이 바깥바람을 차단하듯 바깥세계로부터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아준다
- 벽관 수행에서 중요한 것은 ‘진성眞性에 대한 믿음이다. 진성은 불성을 말하며 이 믿음이 본래 부처에 대한 믿음을 낳는다. 따라서 선종에서는 무엇보다도 본래 부처에 대한 믿음을 중시하게 되었다.
결국 깨침이란 이 믿음을 확고히 함에 있다.
보리달마에 이어 제2대 조사인 혜가慧可, 3조 승찬僧璨, 4조 도신道信, 5조 홍인弘忍을 지나 6조 혜능으로 이어져오는데 혜능에 와서 선종은 또 큰 변혁을 맞이했다.
혜능사상의 핵심은 ‘돈오頓悟’라고 하는데, 돈오는 ‘단박에 깨친다’는 의미로 자성自性이 본래 청정함을 몰록 깨달음을 의미한다
-자성의 청정성을 깨닫는 것을 견성見性이라 하며 이를 돈오와 묶어 돈오견성이라 한다.
선종 교단은 중국 땅에 정착하여 점차 증대되어갔다. 당대 중국불교는 당말唐末에 가서 회창폐불 사건(845~847)이 일어나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종만은 크게 번성해서 오가칠종五家七宗을 형성했다
오가는 임제종臨濟宗, 위앙종潙仰宗, 법안종法眼宗, 운문종雲門宗, 조동종曹洞宗. 그중 임제종은 다시 황룡파黃龍派와 양기파楊岐派으로 나뉜다.
- 당대唐代를 지나 송대宋代로 들어서면서 선종 내부에서는 문자선文字禪이 성행했다.
- 본래 선종은 견성성불見性成佛, 직지인심直指人心, 교외별전敎外別傳, 이심전심以心傳心을 슬로건으로 내걺으로써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수되는 수행법을 핵심으로 삼는다.
-그러다가 남송兩宋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자선이 발전해서 선어록 󰡔벽암록碧巖錄󰡕, 󰡔무문관無門關󰡕이 나왔다.
-문자선과 무사선無事禪은 초기 선종의 정신이 사라질 위험이 다분히 있었고, 그 폐단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의 간화선看話禪이다. 대혜는 임제종 양기파의 원오극근園悟克勤의 제자로서 스승인 원오의 󰡔벽암록󰡕을 소각해버린 유명한 일화는 그가 문자선에 대해 얼마나 비판적인지 알수 있다.

2) 간화선 수행

①화두의 의미와 간화선의 3요체

간화선看話禪의 ‘간看’은 꿰뚫어본다는 뜻이며 ‘화話’는 화두話頭를 의미하며 다른 말로 공안公案이라 한다. 공안은 본래 관공서의 공문서로 법칙의 조문을 의미했다. 공문서처럼 공안도 깨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절대성을 부여했다.
간화선이란 화두참구를 통해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이다. 화두란 지성이나 이성, 곧 분별지分別智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화두를 든다는 것은 대상세계와 접촉하는 6근(눈, 귀, 코, 혀, 몸, 의식)의 경계를 차단하는 것
고봉원묘(高峰原妙, 1238~1295)는 󰡔선요禪要󰡕에서 화두를 공부할 때 다음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첫째가 대신심大信心이고 둘째가 대분심大憤心, 셋째가 대의심大疑心이다.
- 대의심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과정을 내포하는 일반적인 의심과는 달리, 논리적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다. 이는 화두를 간절히 의심하는 것인데, 그렇게 의심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심이 끊어지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를 의정疑情이라 한다.
-의정을 일으키는 것이 간화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의정이 깊어지면 자신이 의심과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이를 의단疑團이라 한다.
이와 같이 대의단大疑團이란 자신이 화두와 하나가 되어 서로 나누어지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

②화두참구와 깨침

활구참구活句參究는 선지식으로부터 공안을 받아 이를 끊임없이 참구해가는 것을 말한다.
사구참구死句參究는 문자선처럼 죽어 있는 글귀를 이론적으로 분석․종합․비교․적용해 보는 참구이다.
간화선에서는 사구참구가 아닌 활구참구를 통해 가장 빠른 경절문徑截門으로 들어감을 목표로 한다.
참구를 할 때 일생 동안 ‘하나의 화두’를 참구하는 방법 혹은, 하나의 화두를 타파한 후 스승으로부터 또 다른 화두를 받아 타파하는 단계적인 방법이 있다. 한국 선종에서는 주로 전자의 방법을 쓰지만 일본 선종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쓴다.
대표적인 화두인 ‘이뭣꼬’란 ‘이것이 무엇이냐’는 뜻으로 우리 존재의 실상을 묻는 것이다.
- 지금 여기에 앉아 깨닫고자 하는 ‘너는 누구’인지 계속 물음을 던짐으로써 화두를 참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 ‘무無’자 화두는 조주趙州 스님의 제자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무無”라고 답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활구참구는 하나의 화두를 놓치지 않고 계속 참구한다는 점에서 호흡을 놓치지 않고 계속 호흡에 집중하는 호흡관법과 유사한 점이 있다.

대혜大慧의 󰡔서장書狀󰡕
차 마시거나 밥 먹는 동안, 기쁠 때나 노여울 때, 벗과 대화를 나눌 때, 처자식들과 모여 있을 때,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누워 있을 때, 경계와 접촉하고 대상과 마주치며 좋은 느낌이나 불쾌한 느낌을 받을 때, 혼자 어두운 방에 있을 때 등 어느 경우나 잠시도 빈틈이나 끊어짐이 있어선 안 됩니다. 다만 하루 어느 시각, 어떤 행위 방식에서건 ‘항상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라는 화두를 놓치지 말고 들며 어느 때나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정중靜中공부--고요한 장소에서 화두를 들고 간절히 의심해 들어가는 것이고
‘동중動中공부’-일상생활 중에도 화두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중공부와 동중공부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의정疑情과 의단疑團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대혜 선사는 “가고 머물며 앉고 눕는(行住坐臥) 일상에서 화두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서산대사는 마을을 지나가다가 닭이 우는 소리에 깨닫고 마조도일은 남악회양南岳懷讓의 “집착이 없고 취하고 버릴 것 없는 것이 선이다”라는 말에, 백장회해百丈懷海는 마조의 “할” 소리에, 동산양개洞山良价는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임제臨濟는 황벽黃檗의 몽둥이세례만 받다가 대우 스님이 “허, 황벽이 그처럼 자네를 위해 애썼는데 허물을 찾고 있단 말인가?”라는 말에 깨쳤다

위 경우를 볼 때 깨달음은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일어난다기보다 일상에서 일어나며 또 ‘단박에 깨침이 이루어졌음(頓悟)’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앞서 말한대로 정중공부와 동중공부가 병행되어 끊임없이 이루어진 가운데 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깨달음이 일상에서 체험되지 않는 황홀경(엑스타시)이나 신비 체험이 아님을 의미한다.

3) 묵조선 수행

묵조선黙照禪에서의 묵黙은 몸의 고요함을 말하고, 조照는 마음이 깨어 있어 고요해진 상태를 의미. 그러기에 묵조 안에는 몸과 마음의 깨침 상태가 모두 표현되어 있다.
간화선이 임제종의 선풍에서 나온 것이라면, 묵조선은 조동종의 수행법으로 간화선의 공안공부와 달리 화두를 참구하지 않는 대신 현성공안現成公案을 강조한다. 묵조선에서는 화두참구와는 달리 지관타좌只管打坐, 올올좌兀兀坐의 비사량非思量을 통해 지금 여기에 몸과 마음을 둠을 강조한다.

①지관타좌
지관타좌只管打坐에서 지관只管이란 ‘다만 오로지’라는 뜻이고, 타打는 강조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따라서 지관타좌란 ‘그저 다만 앉는 수행’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화두를 들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화두 없이 ‘다만 오로지 앉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관타좌 수행에서의 좌선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좌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몸과 마음이 현존함 자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남악: 그대는 좌선을 해서 무엇 하려 하시오.
마조: 부처가 되려 합니다.
(남악은 하나의 기와를 가져다가 돌 위에 문지른다.)
마조: 스님 무얼 하시렵니까?
남악: 거울을 만들려 하오.
마조: 벽돌을 간다고 어찌 거울이 되겠습니까?
남악: 좌선을 한들 어찌 부처를 이루겠는가? 󰡔景德傳燈錄󰡕 卷5(T 51, p.240c) “大德坐禪圖什麽一曰圖作佛師乃取一塼於彼庵前石上磨一曰師作什麽師曰磨作鏡一曰磨塼豈得成鏡耶坐禪豈得成佛耶.”

좌선은 ‘성불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부처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거울을 만들기 위해 기와를 닦을 것이 아니라, ‘그저 기와를 닦을 뿐’이다.
좌선을 깨달음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지금 여기 앉아 있음 자체에 마음을 다할 수 있다면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즉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만 온 마음과 온몸으로 ‘지금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수증불이修證不二의 상태인 것이다.
지관타좌 수행을 중심으로 한 묵조선에서는 좌선하는 자세가 중시된다. 그것은 바른 ‘몸’의 자세에서 바른 ‘마음’이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치 우뚝 선 산처럼 앉아 있을 수 있다면(兀兀坐), 마음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좌선할 때는 보통 가부좌나 반가부좌를 하는데 이 자세야말로 오랫동안 앉아서 좌선할 수 있는 유일한 자세이다.
중요한 것은 척추를 곧게 펴고 귀와 어깨가 일직선이 되게 하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머리 뒷부분을 천정을 향해 밀어올리고 턱은 끌어당긴다. 손은 법계정인法界定印이라 하여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려놓고 엄지끼리 살짝 닿도록 하여 타원형으로 만든다.
도겐은 수행을 불성을 완성해가는 수단으로 여기기보다, 수행의 자리가 곧 불성이 현현하는 자리로 보았다. ‘지금 여기’ 온전한 마음으로 앉아 있다면 거기가 바로 불성이 현현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심우도(尋牛圖= 十牛圖)란?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과정을 10단계로 입문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까지를 설명한 그림.

1. 심우[尋牛]

**소는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이 不二인 바로 그 마음=일심
심우도의 첫 장면은 잃은 소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곧 목동은 자신이 소를 잃은 것을 깨닫고 잃은 소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인생은 구하다 죽고, 바라다 죽는다. 구하면 구할수록 더 구하려 하는 게 사람마음이다. 만족할줄 모르고 끊임없이 찾고 구한다.
누에는 자기 몸을 보호하려 누에집을 만들지만
다 만들고 나면 결국 죽고 만다.

우린 살기 위해 자기 마음 밖에서 끊임없이 구한다. 그러다가 더 이상 구할게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진정 찾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본래면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우리가 본래의 면목을 찾으려는 것이 소를 찾는 것으로 상징화 되고 있다.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명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감각의 세계, 육체의 세계, 감정의 세계, 분별의 세계, 고관의 세계, 재벌의 세계에 집착하기 때문에 본래의 면목을 등지고 살아왔다. 34p
다시 묻는다.
心을 구할 것이 없는데 소를 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말도 안 된다. 본래, 心이란 구하여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2조 혜가 대사도 “心을 구하려해도 구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心은 불가득이고 소도 불가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를 찾으려 한다. 십우도 29

목동은 세상 놀이에 열중해서 소를 챙길 지혜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문득 놀이에서 깨어났을 때 목동은 자신이 허망한 것을 찾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참된 본래면목을 찾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구도자에게 있어서의 발심(發心)이다. 심우는 발보리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知足 만족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다.

2. 견적[見跡] - 소의 자취를 본다.

여전히 말라식 아뢰야식의 작용 속에 있다.
목동은 소를 찾아 길을 나섰고 오랜 방황 끝에 소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목동은 소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소를 찾는다. 소의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확신을 가진다. 보통 이 때쯤 여러가지 魔가 나타나는데 황홀경 체험이나 그럴듯한 생각 사고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깨달음이 아니니 갈 길이 멀다.

견적: 선을 배우려고도 해보고 경도 읽고 설법도 듣고 여러 방면으로 연구도 해 보고, 조실스님들을 찾아가 가르침도 받고 그 결과 선이란 어떤 것인지 이치를 알고 수행의 방법도 이해했지만, 아직 지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주객이원론의 상태
나와 소가 있어 ‘내가 소의 발자국’을 본다라고
유식에선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의 5가지 감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영역으로 제6식, 의식을 설정했다. 제6식은 현재의 내가 인식하는 마음이며 제7식인 말라식(末那識)은 의식의 뒤편, 또는 아래에 존재하는 마음으로 의식과 연결되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서 모든 경험을 가감 없이 저장하는 마음으로 제8식, 아뢰야식을 설정했다.
말라식은 청정하고 변함이 없는 진여(참된 성품)를 망각하고 중생심을 발동시켜서 집착하고 분별하고 갈등과 다툼을 일으키는 마음이다. 항상 두리번거리고 살펴서 계산하므로 잠시도 멈춤이 없고 편안하지 않은 마음이다.

3.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다. -불성을 본다.
부처님은 새벽 별을 보고 깨쳤다. 영운스님은 복숭아 꽃을 보고 깨쳤다. 동산스님은 개울을 건너다 자기 그림자를 보고 깨쳤다. 무문스님은 식사하라는 북소리를 듣고 깨쳤다. 백우스님은 찻종을 받을 때 깨쳤다. 의현스님은 옆 방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깨쳤다. 향엄스님은 돌자갈이 대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깨쳤다. 이렇게 소리를 듣고 깨친 사람이 많다. 십우도 65p

..번뇌가 발현하는 근본 원인은 ‘내’가 항구적으로 존재한다는 유아론적(唯我論的)사고에서 비롯된다. 유아론적 사고에서 파생되는 근원적인 번뇌가 아치(我癡),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이다.
아치는 무명과 무아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이고, 아견은 자신의 주관적 견해에 집착하는 것을 말하며, 아만은 타인과 비교해서 교만하거나 우쭐해지는 마음을 말하고, 아애는 자기에 대한 사랑으로서 애착이나 집착, 고집 등이 포함된다.

4. 득우[得牛] - 소를 얻는다.

그러나 소는 목동을 따라 오려 하지 않는다. 도망을 치려고도 하고 때로는 난폭하게 덤벼들기도 한다. 내 몸에 길들여진 습관 곧 業識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 그래서 잡은 소를 놓칠세라 고삐를 단단히 잡는다. 소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척 애쓴다.
번뇌 망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소를 붙잡기는 했으나 마음대로 그 소를 길러 자기 것을 만들어 아직은 부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 몸에는 8만 4천의 털구멍이 있다고 한다. 이 털구멍 수만큼 번뇌가 있다는 것을 가리켜 모병이라고 한다. 8만대장경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우리들의 번뇌가 한량없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모두 제거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부처님도 6년간이나 이 번뇌와 싸웠다고 하지 않나? 융도 6년간 자신의 무의식과 ..
그 번뇌가(소) 워낙 억세어서 코에 구멍을 뚫고 나뭇가지를 고리 모양으로 둥그렇게 꿰어 두는 쇠코뚜레를 󰡔맥비󰡕라고 한다.

“부처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단박에 깨달았다 하더라도 오랜 습기는 갑자기 버리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을 당하면 기뻐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며, 옳다 그르다 하는 생각이 불길처럼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등 객관 세계에 대한 번뇌가 이전과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지혜로써 공을 들여 노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무명(無明)을 다스려 크게 쉬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단박 깨달으면 부처와 같지만 많은 생의 습기가 아직 남아 있구나. 바람은 멈췄으나 파도는 아직 출렁이고, 이치는 나타났으나 망상이 그대로 침범한다.' 고 말한 것과 같은 것이다.“(지눌의 修心訣)

불교에서는 중생의 마음을 연려심(緣慮心), 육단심(肉團心), 진여심(眞如心)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중 연려심은 다가온 인연 속에서 일어나는 평소의 마음상태를 가리키고, 육단심은 만용을 부려 억지로 하는 것으로 보통 때는 일어나지 않다가 큰 욕심이 일면 생겨나게 된다. 진여심은 우리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참되고 한결같은 마음 자리로서, 아주 특별한 때만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참선하다가 육단심(肉團心)이 생긴다고 한다.
아는 생각에 마음을 두어 바른 의정에 눈이 없으면 여지없이 급하게 이루려는 마음이 생기기도하고 산만한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고 온갖 잡심이 동하여 바른 공부를 등지게 된다. 공부를 빨리 얻으려고 재촉하는 마음이 바로 육단심이다.

5. 목우[牧牛] - 소를 길들인다.

목동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번뇌망상을 없애려 해선 안되는구나 이를 잘 다스리고 길들여야 하는 구나 (그림자를 살려야 하듯).
--찾은 소를 데려가기 위해 우선 소를 길들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소를 길들이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들끓던 망아지 같던 마음도 고요한 거울 같고, 맑아지니 밝아지고, 밝아지면 모든 것에 통하리라
109p
깨친 뒤에 더욱 굳히는 것이 목우다. 소위 오후수행이다. 깨친 뒤에 닦고 또 닦지 않으면 소는 멀리 도망치는 습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보조국사 지눌의 호가 바로 牧牛子이다.

<갈등을 타고 가라>
수행에선 무언가 자길 속박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갈등이 불법전수의 요체다.
괘애 (방애물) -보리심을 방해하는 번뇌 갈등 망상을 의미. 이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행의 힘으로 삼아라.
괘애란 ‘방해한다’는 의미이므로 보통 보리심을 방해하는 번뇌나 갈등, 망상의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罣礙의 ‘礙’는 ‘걸다, 방해하다. 격리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괘애의 의미는 佛典에서는 방해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어 왔고 산스크리트의 원어역에서는 ‘덮는다, 은폐한다’로 쓰였다. 그러나 도겐의 『정법안장』에 와서 괘애는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즉 ｢現成公案｣에서는 종래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有時｣나 ｢불성｣권에서는 ‘본래면목을 드러냄’ ‘그 자체를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의미로 쓰인 것이다.
즉 우리는 흔히 깨침의 길에서 이는 장애요인이기에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도겐은 괘애를 불법을 전수해 주는 하나의 힘으로 본다.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분별의 세계에 떨어지는 현실에 대한 자각을 하는 것이야말로 끊임없이 지관타좌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이 분별심에 떨어졌다는 자각이야말로 우리를 또 다시 타좌에로 초대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괘애의 의미를 잘 드러내주는 도겐의 표현으로 ‘갈등’을 들 수 있다.

『정법안장』「갈등」에서 “갈등이야말로 불법이어서 갈등을 지니고 갈등을 자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갈등의 葛이나 藤는 덩굴풀로서 선의 세계에서는 무엇을 속박하는 것, 문자언설 또는 번뇌로 이해되기도 하나, 도겐에게서는 정법이 스승에게서부터 제자에게로 직접 전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갈등에 대한 도겐의 깨침은 여정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천동여정은 “덩굴의 덩굴손이 덩굴을 감는다”고 설한 적이 있다.
도겐은 “덩굴풀(胡廬)의 덩굴이 덩굴을 감는 것은 불조가 불조를 참구해서 불조가 불조를 실증하고 계합(契合)하는 이심전심”이다.
불법을 전수받는 것은 곧 갈등을 전수받는 것이다. 석존이 점화하여 전한 것이 곧 갈등이며, 가섭이 이를 받아서 파안미소한 것이 바로 피육골수이다.
-불조의 갈등이야말로 ‘피육골수의 명맥’이다.
悟後修는 깨친 후의 공부를 말한다. 40년 지난 후에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不雜用心-조주(趙州) 스님은 소년 시절에 공안을 타파, 확철대오해서 견성(見性)을 한 고불화현(古佛化現)인데, 30년에 부잡용심(不雜用心)을 했다고 한다.
-그림자를 살리는 것도 이것과 일맥상통

6. 기우귀가[騎牛歸家]

소가 길들여 졌음을 안 목동은 소의 등에 올라 앉아 집으로 돌아온다. 소는 이제 주인으로 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마음이 뜻을 벗어나지 않으니 金剛不動心의 경지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소를 완전히 내 마음대로 부리게 되어, 그 소를 타고 (본래)의 고향에 돌아왔다. 이것으로 깨친 것 같지만 아직 깨침이라는 병이 남아 있다. 깨쳤다는 병이 남아 있다는 건 불성을 자각했으나 아직 자아의식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진리를 체득했다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는 한 진리를 체득했다고 볼 수 없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소도 자기도 공(空)이며 소와 자기가 둘이 아님을 깨달았다.(不二) 소도 나도 공이라는 건 단멸도 불멸도 아닌 중도이다.
--중도사상은 고ㆍ락, 유ㆍ무, 생ㆍ멸, 단ㆍ상 등 상대적인 양 극단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중도의 입장에서 보면, 일체법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非有非無),
이는 착각적인 현상계를 부정함이고(双遮), 그 부정을 통해 실상계가 긍정으로 드러남(双照)이다. 이 대극의 부정과 긍정을 융심리학에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weder〜noch), 이것일 뿐만 아니라 저것이기도 하다(sowohl〜als auch)는 표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상대적인 대극을 부정하거나 초월한 후에 그 대극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융의 대극의 합일은 불교의 中道의 깨달음과 만난다.
중도나 대극합일은 있는 그대로 여실(如實)하게 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착이 없어야 한다. 나에 대한 집착과 대상에 대한 집착이 없을 때 모든 것을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대로 보게 되고 그 어떤 것에도 머무르지 않게 된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반본환원은 전 단계의 절대 무의 일원상을 다시 초월하여 원래의 현실세계에 되돌아온 경지다. 본이란 중생의 본유고, 원은 ｢제불의 진원｣을 말한다. 중국의 천원선사가 아직 깨치지 못했을 때 “산을 보니 이는 산이요, 물을 보니 이는 물이라”고 했다. 그 뒤에 깨치고 선지식을 찾아 친견하고 하나에 이름에 있어서 “산을 보니 이는 산이 아니고, 물을 보니 이는 물이 아니라”고 했다. 십우도, 166쪽.
그러나 깨닫고 나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있는 그대로의 세계 곧 진여 여여를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진공묘유(眞空妙有)
반야의 근본이 진공(眞空)이라면 유식의 근본은 묘유(妙有)가 된다. 진공묘유(眞空妙有)는 대승불교의 사상을 함축한다. 진공과 묘유는 상호 모순 같지만 진공은 묘유를 통해 분명해지고, 묘유는 진공을 통해 실상을 인식하게 되므로 양극단이 서로 충돌없이 존립하게 된다. 김경일, <유식학과 분석심리학> 중

10. 입전수수[入廛垂手]

-밖에서 자기를 구하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선다.
｢上求菩提下化衆生｣ -自利利他

180p
처음 소를 구할 때는 초심자인 어린 동자였으나 10단계까지 애쓰고 10년, 20년 수행통해 변화된 모습을 포대스님인 선지식으로 그림

-同體大悲-자연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문수사리문질품>‘
“일체중생이 별들었으므로 나도 병들었다. 모든 중생들에게 아픔이 남아있는 한 내 아픔도 계속될 것이다. 즉 유마거사는 자기 몸과 중생의 몸이 한 몸임을 통찰한 것이다.

*지율스님-천성산 지킴이. 굴삭기가 천성산에서 산을 무너뜨릴 때 산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 때 스님이 산에게 자신이 구해주겠노라 약속했다고 한다. 그후 스님은 자기 목숨걸고 산을 살리기 위해 단식.

무연자비
- 완릉록 13. 無緣慈悲

"모든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위해 어떻게 慈悲를 베풀어 法을 설하십니까?"
"부처님의 자비란 因緣이 없기 때문에 큰 자비라고 말한다.
사랑함[慈]이란 이룰 만한 부처가 있다는 見解를 내지 않는 것이고,
슬퍼함[悲]이란 제도할 중생이 있다는 見解를 내지 않는 것이다.
說하시는 法은 說함도 없고 保任도 없으며,
그 法을 듣는 者는 들음도 얻음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摩術師가 摩術로 만들어 놓은 人間을 상대해서 說法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法을 어떻게 '내가 선지식의 말끝에서 알아차리고 이해하여 깨달았다'고 말하겠으며,
이러한 慈悲를 어떻게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여 가지고 배워서 얻겠느냐?
스스로 本來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면 마침내 아무런 이익도 없느니라

무주상보시
-남에게 무얼 해줄 때 우린 기대하는 바가 있다.
아내-남편 부모-자식 선생-학생..이처럼 어떤 행위를 할 때 내가 보시했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무주상보시가 아니다. 기대 없이 보시하는 것이 무주상보시이다.

1. 향심기도의 약사

향심 기도는 ‘하느님’, ‘사랑’ 등과 같은 거룩한 단어를 사용하여 ‘하느님께로 향하는 순수한 지향’을 나타내는 기도형태를 말한다.
향심기도의 역사적 뿌리는 토마스 키딩(Thomas Keating)이 1961년에서 1981년 동안 수도원장으로 있던 미국 매사추세츠의 스펜서에 있는 성 요셉 수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격한 수도생활이 관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길이라고 믿었던 그는 가장 엄격한 수도회인 트라피스트 수도회를 선택했다.
당시 베네딕토회와 시토회에서 실행해오던 묵상수련은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로 이는 깊은 주의성을 갖고 성서를 읽음으로써 관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이었다.
거룩한 독서는 성서에 귀를 기우릴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을 계속 되새김함으로써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알아가며 그분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 기도이다.
거룩한 독서의 궁극성은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아감에 있기에 기도의 심화과정에선 더 이상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관상기도로 이어졌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에 대한 목마름이 커져갔고 이러한 조류에 부응하고자 거룩한 독서 전통의 문맥 안에서 관상기도 전통에 새로운 쇄신의 바람이 일어났다.
사실 관상기도는 수도승들만의 기도형태로 알려져 왔으며 그래서 구체적인 관상기도의 방법이 보급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접하면서 관상기도의 보편적 기도방법이 소개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향심기도이다.
토마스 키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이웃종교와의 대화가 권장되면서 종교간 대화를 통해 선사들의 수행법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체험은 그로 하여금 그리스도인 관상의 전통과 동양의 지혜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지니게 했다.
그는 그리스도교 전통 내에 전수되어온 관상기도를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수도공동체에서 나누었고 윌리엄 메닝거 신부가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1970년대 중반에 그와 바실 패닝톤 등 몇 분의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이 14세기의 영적인 고전인 ｢무지의 구름｣의 방법에 기초를 두고 십자가의 성요한의 가르침을 도입하여 관상기도의 구체적 방법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향심기도이다.
그 후 향심기도는 성직자와 평신도에게도 보급되었고 1984년에 관상지원단을 설립하여 전 세계로 향심기도 운동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2. 관상 기도

성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은 내 안에 계셨는데 나는 하느님을 찾아 밖으로 헤매었나이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결국 내 안에 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한 영적 여정이 바로 관상기도라 할 수 있다. 관상기도는 사고와 단어와 정서를 넘어서서 호흡보다 더 가까이 계시고 사고보다 더 가까이 계신 하느님께 우리를 열어 드리는 것이다.
관상기도를 하기 위해선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의 가장 깊은 존재 안에 계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곧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자신을 맡겨 드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성령’이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께서도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 26)라고 했고, 또 “모든 경우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하십시오.”(에페 6, 18)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관상기도는 성령의 인도에 자신을 맡겨 드리는 수련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십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죄악에서 해방하려고 할 때 우리의 해방은 불완전한 해방일 뿐이다. 따라서 온전히 자유로워지려면 자기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수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털 깎는 사람에게 제 몸을 맡기는 양처럼 하느님께 그저 자신을 맡겨 드려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맡겨 드리고 온전한 승복total surrender을 할 때 비로서 우리는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3.향심기도란 무엇인가

1) 향심기도는 하느님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마침내 하느님과 일치의 관계로 발전해가는 관상기도를 촉진시키는 기도 방법이자 수련이다. 향심기도는 <무지의 구름Cloud of Unknowing>을 현대적 형태로 제시하면서 거기에 어떤 순서와 규칙을 부여하여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현존하심에 자신을 열고 하느님께서 승복하는 기도라 할 수 있다.
향심이란 말 그대로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로 가기 위해 우리 존재의 중심으로 향하여 간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을 지닌 기도이기에 내 노력으로 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하시는 기도라 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할 것은 다만 하느님과 일치하고자 하는 지향을 계속 유지하면서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드리는 것뿐이다.
종래의 관상기도는 실제로 그 방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거나 방법에 따른 개념과 설명이 불분명해 실제로 기도하기가 어려웠는데 비해 향심기도는 현대인들이 수련하기 쉽도록 그 방법이 명백하게 제시되고, 기도에 관한 설명 또한 분명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수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4. 향심기도의 방법

Ⅰ. 기도의 준비
하느님께서 내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심에 동의한다는 지향을 상징하는 ‘거룩한 단어’를 선택한다’
1) 거룩한 단어는 우리 안의 하느님 현존과 활동에 동의한다는 지향을 표현한다.
2) 거룩한 단어의 선택은, 자신에게 적합한 단어를 주십사 성령께 영감을 청하는 짧은 기도 중에 이루어진다.
예) 하느님, 예수, 아빠, 아버지, 어머니, 아멘, 사랑, 경청, 평화, 자비, 놓아버림, 침묵, 고요, 믿음, 신뢰. 물
3) 어떤 사람에게는 거룩한 단어 대신에 신적 현존을 향한 단순한 내적 응시나 자신의 숨결 에 주목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거룩한 단어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지침이 이러한 상징들에게도 적용된다.
4) 거룩한 단어가 거룩한 이유는 그 단어 자체가 지니는 의미 때문이 아니라, 우리 지향과 동의의 표현으로서 우리가 그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 때문이다.
5) 일단 거룩한 단어를 선택하고 나면, 기도 중에는 그것을 바꾸지 않는다.

Ⅱ. 기도의 시작
편안히 앉아 하느님께서 내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심에 동의한다는 지향을 상징하는 거룩한 단어를 우리의 의식 속에 아주 부드럽게 불러들인다.
1)'편안히 앉는다'는 말은 기도하는 동안 잠이 오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 비교적 편안히 앉는다는 뜻이다.
2) 어떤 자세로 앉든지 등은 바르게 편다.
3) 우리는 눈을 감는다. 이는 우리 주변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 떠나가도록 놔둔다는 상징이다.
4) 솜털 위에 깃털을 내려놓듯이 거룩한 단어를 부드럽게 내면으로 불러들인다.
5) 잠이 들었다면 깨는 대로 기도를 속행한다.

Ⅲ. 기도의 계속

기도를 하는 중에 어떤 생각(사고 분심, 잡념)이 우리의 의식 속을 지나감을 알아차리면 아주 부드럽게 그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
1) '생각'이란 모든 지각 활동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이다. 여기에는 신체 감각, 감각적 지각, 느낌, 영상, 기억, 계획, 성찰, 개념, 비평, 영적 체험 등이 포함된다.
2) '거룩한 단어로 아주 부드럽게 돌아간다'는 말은 최소한의 노력을 가리킨다. 이것이 향심 기도 동안 내가 하는 유일한 활동이다.
4) 향심 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거룩한 단어는 희미해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Ⅳ.기도의 끝

기도가 끝날 때 눈을 감고 잠시(2-3분) 침묵 속에 머문다.
1) 이 추가 시간 2, 3분은 우리가 침묵의 분위기를 일상생활 속으로 가져 갈 수 있게 해 준다.
2) 만일 이 기도가 그룹으로 행해질 경우에는, 리더가 '주님의 기도'와 같은 기도를 천천히 암송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경청한다.

5. 거룩한 단어

1) 거룩한 단어는 하느님이 내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심에 동의하는 의미를 담은 지향의 상징이다. 향심기도시 자신이 택한 거룩한 단어를 조용히 떠올리면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지향을 갖는다.
2) 기도 중 어떤 사고가 떠올랐음을 알아 차렸으면 조용히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 사고란 우리 인간 의식을 지나가는 그 무엇이든지 감각적 감정, 영상 기억, 성찰 해설 등 그 모두를 포괄한다.
‘부드럽게 돌아가라’는 것은 오는 사고에 저항하지 말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지나가게 그냥 내버려 두라는 의미이다. 사고나 분심도 기도의 일부분이고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지나가게 내버려두라는 의미이다.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는 것은 지향에 초점을 다시 맞추어 지향을 새롭게 함을 의미한다. 가볍게 돌아간다는 것은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향으로 돌아감을 뜻한다.
거룩한 단어로 돌아감이 하느님을 향한 지향을 새롭게 하고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의 현존에 열어 드리고 맡긴다는 점에서 향심기도는 다른 수련과 다르다.
즉 향심기도는 만트라를 반복한다든지, 어떤 영상을 상상하는 어떤 주의를 사용하는 방법들과 달리 거룩한 단어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의 지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거룩한 단어를 사용한다. 토마스 키팅, <하느님과의 친밀>, 성바오로출판사, 2011, 86쪽.
이런 점에서 거룩한 단어의 일차적인 기능은 사고들을 밀어 내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시간 동안에 성령의 활동에 우리를 맡겨 드린다는 지향을 표현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토마스 키팅, <하느님과의 친밀>, 성바오로출판사, 2011,87쪽

6. 사고의 종류

1) 첫 번째 사고들
시시한 공상이나 산만한 상상들, 분명한 기억이나 앞으로 계획들처럼 일상생활에서 들려오는 소리나 상상, 기억들, 무엇을 사고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사고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종류의 사고들은 향심기도의 전 기간동안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한다. 마치 바람 자는 날 풍선이 땅에 닿았다가 미풍이 불면 풍선은 다시 떠오르듯이... 토머스 키팅,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가톨릭출판사, 2003, 82쪽.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기도를 시작하는 것뿐이다. 즉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서 자신의 지향을 새롭게 한다. 같은 책, 84쪽.

2) 영적 여정에 대한 밝은 아이디어 혹은 과거 삶에 대한 심리적 반성이나 기막힌 영감과 같은 주의를 끄는 사고들이나 감정을 일으키는 사고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감정을 일으키는 사고들이 떠올라와도 그것에 집착하지 말고 그러한 감정도 흘려보내고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

3) 세 번째 종류의 사고
영적체험이 일어나면 그것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하느님 체험도 다른 사고와 함께 떠나보내야 할 사고일 따름이다. 영적 여정 중의 오아시스에 주저앉아선 안 된다.

4) 4번째 종류의 사고
순수한 즐거움이나 순수한 체험, 순수한 인식의 순간이 올 때 이것을 저장하고 싶어하지만 이것도 사고일 뿐이다.

7. 거짓자아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태중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개인 역사가 저장되어 있다. 영적 성장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는 우리가 자신의 숨은 동기를 지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녀온 무의식적 동기나 이성기 이전에 형성된 정서 프로그램, 어느 집단의 가치관과 동일시해온 것들이 나의 거짓자아를 형성해왔다. 그리고 이 거짓자아가 우리 삶의 모든 활동들로 확대되어온 것이다. 토머스 키팅, <관상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가톨릭출판사, 1999, 13쪽.

우리는 영적 여정을 시작할 때 자신의 무의식적 정서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이는 우리 안에 이미 구축되어온 가치관이나 선입견들로 인해 내 안에 형성된 거짓자아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프로그램들인가?
-행복을 위한 정서프로그램으로 생존/안전, 애정/존중, 권력/통제에 대한 욕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정서 프로그램은 행동 동기의 원천으로 자라나고 사회화 과정에서 더 복잡하게 되며 사회의 문화적 조건화에 과잉 동일시함으로써 아주 강화되어버린다.
우린 먼저 자신의 정서프로그램이 무언지 자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자아로 인해 만들어진 정서 프로그램이 더 복잡하게 강화되기 때문이다.
유아기 때, 가졌던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 안에 형성된 거짓 자아는 우리의 아픔과 자기 보호 노력에 영향을 받아 우리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그 결과로 우리의 정서적 반응을 지배해오고 있다.
회개란 우리가 행복을 찾고자 하는 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이 무의식적 동기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나?

8. 감각의 밤

16세기 스페인 신비가 십자가의 성요한은 관상기도 과정에서 우리에게 찾아오는 어려운 시기를 어두운 밤이라 불렀다. 성요한이 말한 밤은 감각의 경험을 통해 하느님과 맺는 모든 방법이 어두워짐을 뜻한다. 곧 이 시기에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시작할 때 갖게 된 영적 위안으로부터 젖을 떼어야 한다.
우리가 감각의 밤을 지낼 때 우리의 강박적 습관적 과잉반응은 이완되고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에너지가 방출된다. 같은 책, 110쪽.

<감각의 밤의 열매> 같은 책, 109쪽.

감각의 밤을 지내면서 우리는 피상적인 영적 음식으로부터 순수한 믿음이라는 단단한 음식으로 전환하라는 부르심을 받는다. 같은 책, 109쪽.

하느님과의 관계가 메말라감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이전에 행복을 찾았던 모든 일에서도 만족을 얻지 못한다. 곧 정서프로그램이 말라버리고 부수어지면서 마지막 저항을 하는 것이다. 같은 책, 110쪽

감각의 밤은 사고와 감정, 비평과 연상들을 초월해 하느님 안에서 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신체적 기능들과 지각의 수준에서 영적 기능과 직관의 수준으로 그 인지력이 옮겨가고 더 깊은 수준의 신성한 현존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감각의 밤은 우리가 지금까지 완전하다고 느꼈던 근본을 뒤집고 현실을 보는 새 길을 열어준다. 같은 책, 112쪽.

곧 감각의 밤을 지내면서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왜곡된 관점에 부딪쳐 그것을 버릴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고 나면 하느님을 그분 그대로 보도록 자유로워지면서 이 자유가 풀어주는 힘을 존경과 사랑으로 다른 이와 관계맺도록 하는데 이용할 수 있게 된다.

9. 영의 밤 같은 책, 122-127쪽

영의 밤은 영적 수준에서 소유하고픈 경향도 정화되는 시기이다. 십자가의 성요한은 이 밤을 신성한 일치의 시작이라 불렀다. 그만큼 더 깊은 정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같은 책, 122쪽.

영의 밤을 지내면서 무의식 안에서 감각의 밤에도 교정되지 않은 거친 곳들, 예를 들면 마음이 습관적으로 산만해진다든지 문화적 조건화의 잔재라든지 영적 자부심 같은 것들이 남아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이 밤에는 하느님에 대해 느껴지던 모든 신비한 체험도 줄어들고 그 체험들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상태로 들어간다. 전에 받은 영적 위안에 비례하여 이젠 결핍의 고통스런 체험을 하게 된다. 같은책, 122쪽.

<영적인 밤의 열매>

영의 밤을 지내면서 우리는 영적 선물과 은사를 지니고 있으므로 명예스런 역할을 맡으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다. 즉 하느님의 특은을 받도록 선택되었다는 은근한 만족감이 정화된다. 같은 책, 124쪽.
또한 영의 밤을 지내면서 우린 원치 않는 정서를 의지의 힘으로 억압하거나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정서를 받아들여 우리 본성에 있는 이성과 직관에 융화시키게 된다. 같은 책, 125쪽.

또한 이 시기에 아동기에 가졌던 혹은 우리가 속한 집단에서 숭배하는 하느님에 대한 생각이 정화된다.
넷째는 신학적 덕이라 부르는 믿음 사랑 희망이 정화된다. 우리가 지닌 영적 여행과 그것을 위해 택한 방법들, 우리의 성소 교회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에 대한 개념조차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영의 밤에 얻어지는 가장 큰 열매는 하느님을 하느님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아승복과 포기가 영의 밤에서 강력히 자라나 하느님이 누구시든 그분이기를 허용하고 무엇을 하시든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신뢰가 생겨난다.
다섯째는 우리에게 남은 이기심을 떠나보내고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열망을 갖는다.

10. 변형하는 일치 -변형적 일치

변형하는 일치의 체험은 지속적으로 하느님과 일치하고 있다는 보이지 않는 확신 속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같은 책, 129쪽.

회개는 우리가 행복을 찾고자 하는 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다. 회개의 그리스어는 ‘메타노이아(metanoia)’로 그 의미는 의식을 바꾸라, 보는 법을 바꾸라, 눈을 뜨라는 뜻이다. 예수께서 “회개하라 하느님나라가 가까이 왔다.” 오강남, <또 다른 예수>, 예담, 430쪽.
고 하신 의미를 우린 여기서 알 수 있다.
변형하는 일치의 과정에선 모든 실재를 지각하는 의식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거짓자아가 무너지면서 익은 열매가 바로 변형하는 일치라 할 수 있다. 욥-참을성, 안토니오-극심한 고독
즉 우리의 내적 에너지에 변형이 생겨 정서적 지배로부터의 자유로와지면 자아중심적 삶에서 벗어나 우리가 실재를 지각하는 의식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나중심-가족중심- 내가 속한 공동체-국가중심-인류-만물에까지 자아가 확대됨.
이렇듯 거짓자아로부터 자유로워진 의식단계에 이르면 자기중심적 나로부터 하느님 중심으로 나아간다. 우린 이런 의식단계를 예수의 고백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 (요한 10,30)

**십수도**

1) 나는 일 년 휴학 후의 복학에 대한 부담감 ‧ 사람과의 관계 ‧ 진로문제 등으로 혼란스럽게 그지없었다. 휴학하는 동안 흔들리던 나를 곧추세워 준 위빠사나 수행과 같은 정신적 안식처가 간절히 필요했던 내게, 이 수업은 힘들기만한 일상에 활력과 돌파구가 되리라 믿었다. 김승혜,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 영성생활, 133쪽.

2) 자리잡고 앉기만 하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온갖 생각에 휘둘려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3) 좀 지나면 나아지리라 스스로 달래며 며칠을 지내자, 짧으나마 몇초씩이라도 잡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생겼다. ‘이제야 무언가가 좀 되는구나’하며 기뻐한 순간도 잠시, 그 짧은 순간에 경험한 내적 평화가 다시 명상의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즉, 기도 결과에 집착하고 기대하여 기도가 안 된 날은 짜증이, 좀 잘 된 날엔 거만한 우쭐거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4) 물이라는 거룩한 단어
기도하면서 기도 결과나 잡생각에 집착하여 휘둘릴 때마다 거룩한 단어를 떠올림으로써, 다시 겸손하게 초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133
5) 그런데 때때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고들 중에서, ‘좋은 생각’과 같은 흘려보내기 아깝고 매력적인 사고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 매력적인 미끼를 덥썩덥썩 물기 시작했다.

6) 이 사고들이 미끼인 줄 모르고 맛나게 먹어대던 중, 키팅 신부님의 책과 친구들과의 나눔을 통해 이 사고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런 사고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사실 잡생각들은 여전히 날 괴롭혔지만, 예전보다 기도결과에 대한 욕심이나 기대를 버리고 ‘모든 것을 흘려보내며’ 좀더 편히 쉴 수 있는 기도 시간이 되었다.

7) 그리고 우연하게도 그때 수업에서는 교재 제9장 ‘무의식의 짐을 덜어냄’을 읽기 시작했다. 무의식을 끌어내어 분석하는 심리상담과 무의식의 찌꺼기를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라는 향심기도가 대립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생겼지만, 결국 두 가지 모두 무의식의 상처를 치료하여 참되고 평화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서로 도울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힘을 얻고, 두 가지 다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김승혜,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 134쪽.

-심리상담으로 이미 내 깊숙한 곳에 있는 무의식의 찌꺼기들을 조금씩 들추어내고 그 원인 등을 분석하는 중이어서 한결 쉽게 ‘감각의 밤’ 문턱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8) 지금 나는 감각의 밤에서 어두운 내 무의식의 세계를 바라보며, 때로 이를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바로 섰다가 때로 이 찌꺼기들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9) 이 모든 것이 결국 내적 평화라는 자아의 성숙에 이르는 여정에 용기와 도약의 장이 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10) 즉, 마음을 열고 순간순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린아이처럼 기도의 매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라는 향심기도의 가르침이 내 생활 속에 조금씩 배어든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인 것처럼, 친구와 가족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었다. 또 항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현재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전과 달리,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물고기들이 편안히 노닐 수 있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물처럼, 주위 사람들과 편안하고 따뜻한,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웃이 될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바닥에 앉아 두 눈을 감고 다시 처음과 같이 천천히 숨을 쉬어 본다. 김승혜,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 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