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영문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이메일
 
최현민 연구실
   
  久松眞一의 禪思想(석사논문, 서강대대학원 종교학과, 1994)
 WRITER: 관리자  (118.♡.103.201) DATE : 10-10-25 17:08 READ : 730
久松眞一의 禪思想   

 
                    (指導敎授 : 吉 熙 星)
   
             
                                차      례

머리말......................................1

 제1장 久松眞一의 生涯......................6
    1.‘信仰’에서‘哲學’으로..................6
    2.‘哲學’에서 ‘禪’으로...................9
  3.‘無相의 自己’에서 ‘F.A.S.禪’으로 .....13

  제2장 久松眞一의 覺의 哲學................18
    1. 第1期 ...............................20
      1) 眞實在論..........................20
      2) 人間性의 限界外의 宗敎............21
    2. 第2期...............................27
      1) 東洋的 無.........................27
      2) 東洋的 無의 性格..................29
      3. 第3期................................34
        1) 能動的 無.........................34
        2) 無相의 自己.......................36
        3) F.A.S.禪..........................37
 
 제3장. 覺의 宗敎 ............................41
    1. 다섯가지 人間의 類型..................41
        1) 理想主義的 人間像..................43
        2) 虛無主義的 人間像..................46
        3) 實存主義的 人間像..................48
        4) 有神論的 人間像....................50
        5) 禪的 人間像........................52
    2.깨달음의  宗敎..........................55
      1) 絶對二律背反........................55
      2) 基本的 公案.........................58
      3) 大疑團 .............................60
      4) 絶對自由, 絶對平和..................63

제4장.그리스도교와의 對話에서 久松眞一의 禪이
      지닌 意義...............................66
    1. 久松眞一가 본 그리스도교...............66
      1) 神律과 絶對自律.....................66
      2) 수동적 사랑과 능동적 자비...........68
      3) 예수와 붓다.........................70
    2.久松眞一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瀧澤克己의
      見解.....................................73
      1)瀧澤克己의 임마누엘 신학..............73
      ① 瀧澤克己와 西田幾多朗철학과의 연관성.73
      ② 瀧澤克己의 임마누엘 신학.............75
      ③ 칼 바르트의 그리스도론에 대한 瀧澤克己의
          해석..................................77
      ④ 임마누엘 신학에서의 不可逆性..........80
      2) 久松眞一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瀧澤克己의 見解.......................82
      ① 久松眞一에 대한 肯定的 評價 ..........82
      ② 久松眞一에 대한 批判 .................84
        ㉠ 眞佛의 二義性.......................84
        ㉡ 佛行의 二義性.......................86

  맺음말........................................88
  참고문헌.......................................92



                   
















                        감사와 회고의 글


그리스도교 세계관에 몸담고 살아가는 수도자로서 佛子들의 세계관을 접하면서 종교학에서 말하는 자신의 신앙과 거리를 둔 객관적인 입장에서 他宗敎를 이해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음을 이 논문을 쓰면서 체험케 되었습니다. 때로는 제 자신의 신앙과 관련된 실존적 번뇌와 갈등 속에서 불교의 세계관은 오히려 제 신앙-특히 神觀과 그리스도론에 있어-을 정화시키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久松眞一가 단순히 학문적 입장에서 자신의 禪思想을 펼치지 않았듯이 저에게 있어서도 이 논문은 제 자신의 실존적 문제와의 대결이었고 그 안에서 고뇌했던 수행과정의 일부였습니다.

미숙한 논문을 마치면서 ‘緣起’라는 불교의 진리에 또 한번 마음으로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작은 논문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과의 因緣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無知한 제게 불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주시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제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에 세심한 지도를 해 주신 길희성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종교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도움을 주시고 늘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때로 나태해지려는 제게 자극을 주신 김승혜 수녀님, 이 논문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미처 생각치 못한 면에 대한 지적과 조언을 주신 서공석 신부님, 논문에 필요한 많은 자료를 제공해 주시고 자상한 관심을 보여 주셨던 변선환 목사님과 김승철 교수님, 양은용 교수님, 대원정사의 고명석 선생님 그리고 영문초록 작성에 도움을 주신 박재신씨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어려울 때 많은 힘이 되어 주었던 종교학과의 대학원 학우들,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修道共同體 수녀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없었다면 이 논문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끝으로 늘 제게 모든 것이 되어 주셨던 어머님과 먼저 가신 아버님 대전에 삼가 이 논문을 바칩니다.
                       
                                    1994 년    12 월
                                        崔  賢  民 




















                            Abstract
 
It is difficult to define that Shin'ichi Hisamatsu who is a simply just a religious thinker or religious philosopher but his thought is based on the experience of awakening which he acquired at last through struggling with himself in deep distress contemplating life and death. His awakening was accomplished by realizing the limit of modern autonomous reason and also the doubt he had about his former religion, which stressed the external power of faith in Jodo Shinshu. He believed that beginning from the religious faith which can save us by depending on the ‘Wholly Other’ to the ‘Objective Knowledge Philosophy’ based on autonomous reason of modern human being, later one brings to the awakening of the Formless self. But he realized he could not solve the ‘Ultimate Antinomy’ through dualism of life-death and good-evil which encompasses his existence. He could not solve his problem with existence  by using philosophy based on autonomous reason, but  he was able to resolve this conflict with Zen. Hisamatsu's awakening by Zen is called ‘Formless Self’. After being enlighted he expressed his thoughts about existance as ‘Oriental Nothingness’ or ‘Active Nothingness’ but later he used the implicative words ‘Formless Self’. ‘Formless Self’ means not to be based on a certain existence except himself but to be aware of ‘Original self’. That is to say, it means the very ‘Wholly Self’ who never depends on God or Buddha.

 He classified human beings into five types according to the degree of understanding ‘Absolute Antinomy’ and the method of overcoming it. They are the man of Idealism, Nihilism, Existentialism, Theism, and Awakening. Finally he proposed it was ‘Awakening’ that we should persue in  these five types.

The awakening person overcomes Ultimate Antinomy which is included in human existence not by heteronomy but by ‘Absolute Autonomy’, and this means heteronomous autonomy which includes heteronomy. Hisamatsu presented the course of awakening by ‘Absolute Autonomy’, which is the Great Doubt Block, through ‘Fundamental Koan’, the method for overcoming Ultimate Negation. He said it was real Awakening to give up the self of life-death and to become the self without life-death through the Great Doubt Block.
A Protestant theologian Takizawa katsumi, who began Immanuel theology, appreciated that he had partly affirmative and partly negative opinions on Hisamatsu’s Awakening religion. His appreciation and issue came to open a new way to meet Modern Christianity and Buddhism.

Takizawa accepted Hisamatsu’s opinion, on the criticism of that it was idolatry for christianity to seek awakening outside of human existence. In other words, Takizawa thought that Hisamatsu’s standpoint the base of human existence has something to do with his opinion that all human beings have in their minds the ‘Original Fact of Immanuel’.

But Takizawa and Hisamatsu had contrary opinions on the issue of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reality and human subject which states the difference between Irreversibility of Takizawa and Reversibility of Hisamatsu. Takizawa emphasized the prior existence of Immanuel and insisted on the Irreversibility of the distinguishing factors, because of the strict order between the Reality and human subject. On the contrary, Hisamatsu's standpoint considers the reversible relationship of the reality and awakening person. This difference of the two is the greatest dissimilarity between Christianity and Buddism. We cannot overlook the differences but we have to recognize the common feature of the two. What Christianity and Buddhism try to seek in common is that we have to recover the Original human being.

As Hisamatsu mentioned in F.A.S Zen, the ‘Original Self’ is completed not just by staying in the situation of awakening but by practicing mercy voluntarily. ‘Formless Self’ (智體悲用) has much to do with the existence of Jesus who not only recognized Immanuel but also practiced Absolute Love which even loving his enemy. So, the Original human being  in both religions seeks the existence that practices mercy and love and also realizes the deep awakening of the Original Self. These are the ground of salvation for all human beings.

         







                           


                         
                          국문초록

히사마쯔는 단순한 종교사상가이거나 종교철학자가 아니다. 그의 사상은 생사(生死)의 깊은 고뇌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깨닫게 된 覺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그는 자신의 종교였던 정토진종(淨土眞宗)의 타력신앙(他力信仰)에 대한 회의와 근대 자율적 이성(自律的 理性)이 지닌 한계를 자각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절대타자(絶對他者)에게 의탁함으로써 구원이 가능하다는 종교적 신앙에서 ‘무상(無相)의 자기(自己)’라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그는 근세 인간의 자율적 이성(自律的 理性)에 바탕을 둔 대상지적(對象知的) 철학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히사마쯔는 자율적 이성의 한계인 이원론적(二元論的) 사고로서는 자신의 존재근저에 있는 생사(生死)와 선악(善惡)이라는 (존재와 가치적 측면에서의) 절대이율배반(絶對二律背反)이 해결될 수 없음을 자각했다. 그는 자율적 이성에 입각한 철학을 통해 해결할 수 없었던 자신의 실존적 문제를 禪에 의해서 해결하고자 했다.

 禪을 통한 히사마쯔의 깨달음은 ‘무상(無相)의 자기(自己)’이다. 물론 그가 ‘무상의 자기’라는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동양적 無’나 ‘능동적 無’ 등으로 자신의 깨달음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상의 자기’로서 표현했다. ‘무상의 자기’란 자기 외에 대상화된 존재에 근거하지 않고 ‘본래의 자기’에 눈뜨는 것(깨닫는 것), 즉 유상(有相)의 신이나 佛에 일체 의존하지 않는 절대자자(絶對自者)를 말한다.

히사마쯔는 인간의 실존적 문제인 절대부정[絶對二律背反]의 인식여부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인간을 5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상주의적 인간상, 허무주의적 인간상, 실존주의적 인간상, 유신론적 인간상, 깨달은 인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 5가지 인간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인간상은 깨달은 인간상임을 제시했다.

히사마쯔가 말한 깨달은 인간인 ‘무상의 자기’는 인간 실존에 드리워진 절대이율배반을 타율에 의해서가 아니라 ‘절대자율(絶對自律)’에 의해서 극복한다. 여기서 말하는 절대자율이란 타율적 자율 즉 타율을 포함한 자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절대자율을 통해 절대부정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히사마쯔는 기본적 공안(公案)을 통한 ‘대의단(大疑團)’이라는 깨달음의 과정을 제시한다. 대의단을 통해 생사적(生死的) 자기가 지양되고 무생사적(無生死的) 자기가 되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한 깨달음인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학자인 다끼자와 가쯔미(瀧澤克己)는 자신의 임마누엘 신학을 바탕으로 히사마쯔의 覺의 종교에 대해서 일면은 긍정하고 일면은 비판하는 평가를 내렸다. 다끼자와가 내린 평가와 문제제기는 현대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에 있어 새로운 장(場)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다끼자와는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서 그리스도교가 인간 자체 밖에서 깨달음의 근거를 찾음은 우상숭배라고 한 그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즉 다끼자와는 자신의 임마누엘 신학에서 말한 ‘임마누엘 원사실(原事實)’이라는 실재(實在)가 모든 인간 내에 공통으로 주어져 있다는 사실과 히사마쯔가 인간의 자기 성립의 근거를 인간 자체 안에 있다고 본 점이 일맥상통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양자(兩者)는 실재와 인간 주체와의 관계에서 서로 상반되는 견해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실재와 인간 주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다끼자와의 불가역성(不可逆性)과 히사마쯔의 가역성(可逆性)의 차이인 것이다. 다끼자와는 임마누엘의 선재성(先在性)을 강조함으로써 실재 자체와 인간주체 간에 엄격한 순서가 있으므로 양자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불가역성을 주장한다. 반면 히사마쯔는 실재와 각자(覺者)를 가역적인 관계로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양자의 차이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에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차이점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양자 사이에 공통점이 있음도 인식해야만 한다.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바는 본래의 인간을 되찾고자 함에 있다. 히사마쯔는 ‘본연의 자기’가 단순히 覺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비를 베푸는 행위를 통해 완성됨을 F.A.S.禪을 통해서 말한다. 이러한 지체비용(智體悲用)의 존재인 무상(無相)의 자기는 다끼자와가  임마누엘 신학에서 말한 예수의 존재와 일맥상통한다. 그것은 예수 역시 임마누엘을 자각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원수까지 사랑하는 절대적 사랑을 실천한 이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양종교가 추구하는 본래의 인간은 자기 안에 내재된 본연의 자기에 대한 깊은 자각을 실현함으로써 자비와 사랑을 베푸는 존재이며 이는 모든 인간에게도 열려져 있는 구원의 장(場)인 것이다. 













머리말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동양에 묻혀 있던 선(禪)이 이제 더 이상 동양 문 화권에 머무르지 않고 서구의 영적생활에도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서구의 정신문화와 동양의 정신문화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종교적, 사상적 만남과 교류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게 된 것은 일본의 선사상가(禪思想家)들이다.

명치(明治)유신 이래 일본은 급격한 서구 근대화의 물결 속에 서양근대의 정신 세계에 주류적 역할을 해 온 근대 과학사상과 함께 허무주의를 접하게 되었다. 근대의 과학적 사유는 인간의 마음까지도 포함하여 일체의 것을 철저히 대상화해서 분석하고자 함으로써 인간마저도 기계론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존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인간까지도 포함하여-을 근대과학의 자연법칙에 의해 파악하고자 한 과학적 사고는 목적론적 세계관의 붕괴를 가져왔고 이제 인간은 우주 안에서 목적을 상실한 존재가 됨으로써 정신적, 종교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삶의 무의미성과 허무성에 절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모든 경건한 허구를 거부하고 인간의 적나라한 실존적 부정성에 대한 자각을 통해 하느님 없이 실존을 견디어 내고자 한 서구의 허무주의는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근대서양의 허무주의는 근대화라는 소용돌이 속에 있는 일본인들 마음 안에도 깊은 공감을 주었다. 이런 정신적 상황 하에서 일본의 禪사상가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영성’이 동양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즉 그들은 전통적인 유신론도 허무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선불교와 같은 동양의 영성에서 특히,동양적 無개념에서 발견한 것이다. 경도학파(京都學派)는 바로 禪이라는 독특한 동양의 종교체험에 입각하여 서구사상을 수용하고자 한 일본의 대표적인 禪사상학파이다.

경도학파는 명치(明治)유신 이래 일본 최고의 철학자로 추앙받는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朗, 1870-1945)에 의해 선도(先導)되어 그의 제자인 니시타니 게이지(西谷啓治), 다께우치 요시노리(武內義範), 히사마쯔 신이찌(久松眞一),아베 마사오(하部正雄) 등의 학자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어 가고 있다. 니시다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도학파는 대승불교에 뿌리를 두면서 동양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서구 전통에 대한 개방을 통해 동양과 서양을 하나로 통합하는 사상적 노력을 보이고 있다.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히사마쯔 역시 니시다의 제자로서 선불교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선사상의 보편화에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와 불교 간의 교류에 새로운 자극을 준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히사마쯔의 모든 사상은 無에 대한 깊은 깨달음의 체험-히사마쯔는 이를 ‘무상(無相)의 자기(自己)’에 눈뜸이라고 말한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무상의 자기’라는 깨달음에 입각한 히사마쯔의 선사상은 서양의 근대종교와 철학사상에 대한 그의 비판적 자각 위에 전개되고 있다.

히사마쯔는 또한 자신의 종교율에 입각하여 그리스도교를 비판했는데 이는 그의 저서 ｢무신론｣(無神論)에 잘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해 일본 기독교 신학자인 다끼자와 가쯔미(瀧澤克己,1900-1990)의 견해는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다끼자와는 자신의 저서 ｢佛敎とキイスト敎｣(불교와 그리스도교)를 통해 히사마쯔가 본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해 일면 긍정하고, 일면 부정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 이후로 이는 일본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 대화의 출발점이 되어 지금까지도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히사마쯔의 생애 및 그 자신의 깨달음에 입각한 그의 覺의 철학 및 覺의 종교에 대해 살펴본 후에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견해를 다끼자와와 연관지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제1장. 久松眞一의 생애

1.‘신앙’에서 ‘철학’으로

 히사마쯔의 선사상(禪思想)은 바로 자신의 실존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실존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일관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히사마쯔의 생애를 살펴봄은 그의 선사상을 이해하는데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히사마쯔는 명치(明治)22년(1889년) 6월5일 독실한 정토진종(淨土眞宗) 신앙을 지닌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모와 양친은 모두 견고한 정토진종 신자였다. 그는 유년기에 이러한 가정의 종교적 분위기에서 영향받아 열심한 정토진종 신자였으며, 종교가가 되고 싶다는 염원을 지녀 승려를 지망해 경도(京都) 서본원사(西本願寺)의 불교대학에 들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구제(舊制)중학에 진급하여 자연과학적 지식을 습득함에 따라 종래의 신앙에 대한 비판적인 정신을 갖게 되었다.

그는 염불을 통해서 사후(死後)에 극락왕생(極樂往生)을 구하는 신앙이 허망하게 여겨졌고 진종교의(眞宗敎義)에 대해 여러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염불이나 아미타불, 극락왕생이나 정토 등에 대한 여러 의문들을 진종성전(眞宗聖典)에서 해명해 보고자 했지만 의문은 점점 커지고 심화되어 중학 4년경에는 붕괴되지 않으리라 스스로 자부했던 금강(金剛)의 믿음이 붕괴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같은 정토진종적 신앙의 붕괴체험은 그 후에 그의 입장, 즉 ‘무상(無相)의 자기’나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선불교적 입장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히사마쯔는 이른바 이성적 회의를 거치지 않은 중세적인 신앙에 근거한 종교적 생활로부터 이성의 자율적 판단과 경험적 실증에 기초를 둔 근대적 인간의 비판적 생활에로 전환을 겪은 것이다. 그리하여 히사마쯔는 종교와 결별하고 철학에 뜻을 두게 되었으며 니시다 기따로(西田幾多郞)를 흠모한 나머지 경도대학(京都大學) 철학과에 입학하였다. 니시다는 히사마쯔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준 두 사람(西田幾多郞,池上湖山)중 하나였다.

 히사마쯔에게 있어 니시다의 철학은 단순한 지식이나 대상적 사변이 아니라, 구극적인 앎과 삶이 일체불이(一體不二)라는 것을 보여 주었으며 이는 그가 갈망하고 추구하고자 했던 철학임을 통감했다.

2.‘철학’에서‘선‘(禪)으로

  히사마쯔는 이성적 자각에 의해 종교적 신앙이 붕괴된 후에도 죄로부터의 해방을 절실히 갈망했고 자기 주체성의 문제를 철학을 통해 풀어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히사마쯔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자신이 공부해 온 철학에 의해서는 도저히 자기의 주체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이성에 절망하게 되었다. 물론 그는 니시다의 주체지적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았지만 니시다의 사상으로는 자신의 존재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함을 자각한 것이다.

 유신론적 종교와 결별하고, 대상지적(對象知的) 이성철학의 한계를 자각한 히사마쯔는 대의단(大疑團)을 통해 참된 자기를 깨닫고자 선(禪)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1915년(大正4년) 7월 경도제국대학을 졸업한 히사마쯔는 니시다의 지도를 받아서 당시의 묘심사(妙心寺) 승당의 노스승(老師家) 이께우에(池上湖山)에게서 참선을 함으로써 대의단(大疑團)의 체험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이 대의단을 통해 ‘무상의 자기’를 자각한 것이다. 히사마쯔는 자신의 覺의 체험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나는 무언가 어떤 개별적인 문제나 보편적이고 전체적인 문제를 대상적으로 이해하거나, 그것을 대의(大疑)로서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전일적(全一的)으로 하나의 대의단(大疑團)으로 변한 것이다...바로 그 때 이 하나의 대의단이 홀연히 안으로부터 와해되고 녹아 버려서 ... 노스승[老師]와 나 사이에는 털끝만치의 차이도 없어지고 나는 무상(無相)이면서도 자재(自在)하는 참된 자기를 깨달은 동시에 노스승[老師]의 진면목(眞面目)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히사마쯔는 중세적인 신앙의 종교로부터 근세의 자율적인 이성에 근거한 대상지적(對象知的) 철학을 거쳐, 무애자재(無碍自在)한 참된 자기 즉 무상(無相)의 자기를 각증(覺證)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무상의 자기’라는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역사와 인류의 입장에까지 확장시킨 ‘F.A.S.禪’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선(禪)으로 발전시켰다.
 
3.‘무상(無相)의 자기’에서 ‘F.A.S.禪’ 으로

1915년 인간 본래의 무상의 자기를 깨달은 히사마쯔는 자신이 재직중이던 경도대학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1944년 4월8일 경도대학 학도도장(學道道場)을 창립했다. 그가 이 도장을 창립한 것은 자신이 깨달은 것을 진여(眞如)의 수연(隋緣)으로서 세계와 역사 안에 구현시키는 것이 자기의 생명 자체에 부과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제2차대전을 겪으면서 일부학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민주주의를 구가(謳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중심주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표방하게 되어 1951년 도장(道場) 내에 10명의 기초위원들이 포석암(抱石庵)에 모여 새로운 선언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인류의 서약(人類の 誓い)'이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본래[本當]의 자기를 자각하고 깊은 자비심을 지닌 인간이 되어 각자의 사명에 따라 살면서 개인과 사회의 고통의 근원을 찾고, 역사의 발전을 향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여 인종, 국가, 빈부 차별없이 모두 동포로서 손을 맞잡고 맹세하여 인류해방의 비원(悲願)을 완수하며 진실로써 행복한 세계를 건설할 것이다.”이다. 히사마쯔는 ‘인류의 서약’이 불교의 사홍서원을 구체적으로 현대화시킨 것으로 그 이상(理想)을 포함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히사마쯔는 ‘인류의 서약’을 ‘나의 종교이며 철학이다’라고 서술하였는데 1959년 1월 학도도장을 F.A.S.[F(Formless self), A(All mankind), S(Superhistorical histoy)]협회로 개칭(改稱)하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 히사마쯔는 F에 기초한 A.S적 활동(무상의 자기를 자각하고, 전인류의 입장으로 역사를 초월하며 역사를 창조하는 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서부터 도인(道人) 각 사람과 협의한 뒤 ‘학도도장’을 ‘F.A.S.협회’라 개칭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이후 F.A.S.협회는 F만을 강조하고 A.S적 활동을 소홀히 한 전통선(禪)에 대한 비판 위에 서서 진실한 선(禪)은 F.A.S.禪임을 세계를 향해 선언하고 일관된 활동을 전개했다. 즉 F.A.S 禪은 ‘무상의 자기(F)를 깨달은 뒤, 그 바탕 위에서 전인류를 동포애의 입장에서 포용하고(A), 역사를 초월한 역사를 창조한다(S)’는 것이다.

F.A.S.운동은 달리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운동이라고도 불리우는데 히사마쯔가 구상한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의 골자는 다음 3가지의 ‘포스트모더니즘 선언’에서 볼 수 있다.

첫째, 포스트모더니스트 자각으로 근대에 의해 초래된 본질적 모순과 현실적 딜렘마로 인해 붕괴된 주체성을 F.A.S.의 覺철학에 기초하여 세운다. 이는 이성적 자율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근대이상주의가 지닌 모순과 인간의 실존적 근거에 있는 절대부정(절대모순)을 자각했지만 허무에 빠진 허무주의로부터 (F.A.S선을 통해)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둘째, 숙명적인 국가적 에고이즘 체제를 탈피해서 보편적인 일원적(一元的) 전인류의 주권을 창출하는 것이다. 국가의 주권을 전인류에 위양(委讓)한다는 것은 윤리, 정치, 경제, 문화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세째, 물질적, 정신적 자재(資財)를 국가 독점으로부터 해방시켜 전인류의 공재(共財)로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히사마쯔의 F.A.S.에 대한 깊은 자각과 확신은 ‘학도도장 강령’으로부터 ‘인류의 서약’을 거쳐 ‘포스트 모더니즘 선언’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F.A.S선은 초불초조(超佛超祖)의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았던 히사마쯔의 삶의 결실이라 하겠다. 1980년 91세의 일기로 생을 마친 히사마쯔의 마지막 유영(遺詠)은 바로 이러한 그의 사상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내가 죽어도 인도(引導)나 추천(追薦),장례(葬禮)도 하지 말고,다비(茶毘)에서 뼈(骨)도 고르지 말며, 묘비는 벽락(碧落)에 세우고 비명(碑銘)은 F.A.S.라고 깊이 새겨라 .”       

제3장. 覺의 종교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히사마쯔의 사상은 철학적인 면보다는 종교 색채가 더 강하게 풍김을 알 수 있다. 이는 그의 사상이 단순한 철학적 사색에 머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사(生死)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연의 자기를 되찾고자 했던 히사마쯔의 깨달음의 세계는 철학의 경지를 넘어 하나의 종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覺의 종교’라고 볼 수 있는 히사마쯔의 종교관을 통해 그가 종교적 입장에서 어떻게 인간을 이해했고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다섯 가지 人間의 類型

 히사마쯔는 인간의 類型을 물 속에 들어가서 수영하는 5가지 형태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그 첫번째 형태는 수영하는 방법을 모르고 들어가 파도를 타고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것과 같이 낙관(樂觀)과 비관(悲觀)이 번갈아 일어나는 경우이다. 첫번째 유형의 인간은 비록 우리의 삶은 낙관(樂觀)과 비관(悲觀)이 반복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결코 비관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물 속에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절대적인 낙관을 지니고 살아간다. 히사마쯔는 이렇듯 죽음에 이르리라는 것도 모르면서 무반성(無反省)적으로 자력을 망신(妄信)하며 낙천적인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상을 ‘이상주의적 인간상’이라고 본다.

즉 그에게 있어 첫번째 인간상은 절대사(絶對死)를 모르는 안이한 인간 절대주의 혹은 무비판적인 자력주의(自力主義)인 것이다. 그러나 수영을 하다보면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 떠오르는 것도 가라앉는 것도 불가능한 절대절망의 순간에 처할 때가 있다. 이와 같이 진퇴양난에 빠져 몰닉(沒溺)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절망의 공포에 전율하면서 완전히 허탈에 빠져 있는 상태를 히사마쯔는 두번째 인간상인 ‘허무주의적 인간상’으로 본다. 이러한 경우는 인간의 자력에 대해서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어떠한 긍정도 없는 절대부정적 허무주의이다. 세번째 인간상은‘실존주의적 인간상’으로서 허무주의적 인간처럼 몰닉(沒溺)이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닫지만 허무주의처럼 비관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신론적 실존주의자들처럼 무엇인가 삶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고자 하는 인간유형이다.

여기서는 이상주의와 같은 무비판적 긍정이 아니라 비판적 긍정이기는 하지만 절대부정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와 같이 실존주의적 인간상은 진퇴양난에서 헤쳐나오고자 노력하나 도저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극복할 길이 없다. 인간의 노력으로 절대절망의 상태로부터 구출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대타력적 구제자에 일체를 의탁함으로써 죽음의 절망으로부터 구제되는 것이 히사마쯔가 말하는 ‘유신론적 인간상’이다.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 구조되었기에 더 이상 가라앉으리라는 걱정은 완전히 해소된다.

그러나 이 때에는 구원자에게 완전히 의탁된 상태이므로 인간은 전적으로 무력(無力)한 존재이다. 즉 유신론적 인간상은 절대부정은 탈피했어도 의타적(依他的) 존재이므로 인간의 독립자율성을 상실한 절대타력주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히사마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상은 유신론적 인간상처럼 절대타자에 의존하여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로부터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자유자재로 수영하는 존재이다. 히사마쯔는 절망의 심연으로부터 타력의 도움없이 절대자력으로 독탈무의(獨脫無依)하게 파도 중에 떠서 스스로 수영하는 다섯번째 인간유형을 ‘깨달은 인간상’[禪的 人間像]이라고 부른다. 이는 비판적 절대자력주의로서 절대타력주의처럼 절대무력적(絶對無力的), 절대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유력적(絶對有力的), 절대능동적인 것이라고 한다.

 히사마쯔는 휴머니스틱한 인간상의 맹목적인 낙관론을 끊고 허무주의적 인간상의 비관론을 버리고 유신론적인 의타적(依他的) 인간을 거쳐 절대자율적 깨달음의 인간상에 와서야 비로소 인간의 참된 존재방식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이상의 다섯 인간유형에서 살펴 보았듯이 히사마쯔는 인간이 절대부정을 인식하느냐 인식하지 못하느냐, 그리고 절대부정을 인식한다면 이를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간을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5번째 인간상인 깨달은 인간상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참된 인간상임을 제시하였다. 

그러면 깨친 인간인 ‘무상(無相)의 자기’라는 자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2. 깨달음의 종교

1) 절대이율배반(絶對二律背反)

히사마쯔에 의하면 ‘무상(無相)의 자기’라는 자각은 인간 실존의 모습인 절대이율배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절대이율배반이란 허무주의적 인간이 자각하게 된 절대부정으로서, 인간이 어떻게 해도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히사마쯔는 존재적인 측면과 가치적인 측면에서 절대이율배반을 설명하고 있다.

존재적 측면에서의 절대이율배반이란 인간이 생사의 이원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한다. 즉 인간의 실존적 차원에서 삶과 죽음은 필연적으로 상호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죽음은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삶의 다른 면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구출하고자 한다면 삶과 죽음으로부터 구출해야만 한다. 삶과 죽음의 실존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 삶의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삶이 끊임없는 생사의 반복 속에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의 존재 근저에 드리운 ‘생사(生死)의 이원성(二元性)’이 바로 히사마쯔가 말한 인간의 존재적 측면에서의 절대이율배반이다. 히사마쯔는 이러한 인간 실존적 딜렘마가 존재적 측면 뿐 아니라 가치적 측면에서도 발생한다고 본다.

히사마쯔는 구체적으로 가치적 측면에서의 절대이율배반의 예로써 ‘죄 그 자체’를 들고 있다. 히사마쯔는 죄에 대해서 말하기를

“인간들이 죄를 말할 때는 보통 도덕적인 의미로 생각한다. 이와 같이 도덕적인 견지에서 죄를 볼 때 이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도덕적인 행위를 통해서 인간의 죄를 완전히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개별적 죄는 극복할 수 있을지라도 죄 그 자체는 인간의 도덕적 노력을 통해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죄 그 자체는 결코 극복할 수 없으므로 히사마쯔는 이를 ‘도덕적 이성 그 자체에 숨어있는 피할 수 없는 죄’라 불렀다. 즉 이것은 도덕적,의지적으로는 절대적 딜렘마이며, 논리적으로는 절대모순이고, 감정적으로는 절대고민이라고 히사마쯔는 말한다. 그러나 이 3가지는 각각 개별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하나가 되어 전인적(全人的)으로 일어나 생명 그 자체에서 절대위기로 드러난다. 이것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의미의 죽음 이고 절대부정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히사마쯔에게 있어 인간의 절대이율배반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원성(二元性)’이다. 우리가 이원성이라는 딜렘마에 처해 있는 한 절대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존재와 비존재, 그리고 가치와 반가치(反價値) 상에 놓인 이원성의 문제는 인간의 어떤 이성적 활동에 의해서도 해결될 수 없는 딜렘마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존재와 가치의 절대이율배반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인간의 절대이율배반은 인간이 생사적 차원, 가치․반가치적 차원 즉 이원성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한 해결될 수 없다. 히사마쯔는  절대이율배반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을 자신의 독특한 공안인 ‘기본적 공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② 기본적 공안 (基本的 公案)

 히사마쯔가 말한 ‘기본적 공안’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도 불가능하다면 어찌 하겠는가?” 이다.  이 기본적 공안은 인간의 절대부정을 표현하고 있으나 히사마쯔는 참된 절대부정을 깨닫는 그 자체가 바로 절대긍정을 의미한다고 본다. 즉 해결될 수 없는 절대부정 그 자체를 깨닫는 것이 바로 해결 그 자체인 절대긍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절대모순을 지닌 자아의 죽음이 곧 참된 자아의 부활임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보통 의미의 죽음이 아니라 생사(生死), 선악(善惡)이라는 이원성을 지닌 자아의 죽음을 의미하며 절대모순을 지닌 자아의 죽음은 동시에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와진 새로운 자아의 출현을 의미한다. 결국 히사마쯔가 말한 인간의 절대부정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생사적 자아의 죽음과, 생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진 자아 즉 생사가 없는 자아의 부활이 동시에 일어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생사적 자아의 죽음과 무생사적 자아의 부활은 먼 미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히사마쯔의 기본적 公案은 항상 ‘현재’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떠나서는 公案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히사마쯔는 자신의 기본적 公案이 선불교 내에 이미 존재해 온 公案에 추가되는 또 하나의 公案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기본적 공안은 다른 공안처럼 어떤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공안이 아니라 참된 자아에 눈뜨기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공안이라는 것이다. 즉 히사마쯔에 의하면 이 공안은 아무런 매개체없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히사마쯔는 자신의 공안이 불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 더 나아가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공안이라고 보았다.

히사마쯔는 자신이 제시한 기본적 공안을 갖고 참구(參究)할 때 구체적인 깨달음의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인간의 실존 안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깨달음의 과정이 바로 대의단(大疑團)인 것이다.

3) 대의단(大疑團)

 대의단이란 인간의 이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끝없는 지적인 의심(參究)을 통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히사마쯔는 공안선에서 ‘대의단(大疑團)’이라고 부르던 것을 ‘대의(大疑)’라고 봄으로써 공안선의 대의단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대의단과 구별하였다. 즉 그가 볼 때 종래의 공안선에서 말하는 대의단은 ‘지적인 의심’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히사마쯔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대의단은 지적의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적인 의심에 국한되는 대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히사마쯔가 말하는 대의단이란 무엇인가? 그에게 있어 대의단(大疑團)은 지적인 모순 뿐 아니라  감정적, 의지적 딜렘마를 포함하여 몸과 마음 전체로 의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막다른 곤경에 처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실존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그가 의미하는 대의단이란 자아가 전인적이고 존재론적으로 의심의 덩어리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인간의 전존재 자체를 의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히사마쯔는 우리가 대의단에 들어가게 되면 더 이상 의심하는 주체와 의심하는 객체가 구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의심하는 자와 의심되는 것이 한덩어리가 됨으로써 능(能)․소(所), 주(主)․객(客)의 구별이 없어지고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히사마쯔에 의하면, 이와 같이 끝없는 참구(參究)를 통해 의심하는 주체와 의심되는 객체가 하나가 됨을 체험함으로써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본래의 자기’에 눈을 뜨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본래의 자기에 눈뜬다는 것은 앞서 본 존재와 가치적 측면에서의 이원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생사적 자기에서 이를 극복한 무생사적(無生死的) 자기가 됨을 뜻한다.

  여기에서 생사적 자기(生死的 自己)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양되어서 무생사적 자기(無生死的 自己)가 되는 것이다. 즉 깨닫는다는 것은 이원성을 지닌 분별적 자아(分別的 自我)가 지양되고 이원성을 극복한 무분별적 자아(無分別的 自我)가 됨을 의미한다. 히사마쯔는 자신의 제자인 류타로 키타하라(Ryutaro Kitahara)와의 문답(問答)을 통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녹차를 드렸을 때 선생님께서 갑자기 소리치셨다. 입을 사용하지 말고 마셔라,...너의 손을 사용치 말고 찻잔을 건네주어라, 너의 손을 사용함이 없이 접시를 집어라,...걷지 말고 돌아오라.”

키타하라에 대한 히사마쯔의 요구는  생사적 자기가 본래의 자기인 무생사적 자기를 깨달았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참된 자아가 바로 육체와 정신의 이원성을 지닌 생사적 자아에서 벗어나 차를 마시는 것이다. 즉 “입없이, 마음없이, 육체없이 너 자신을 표현하라”는 히사마쯔의 요청은 모든 이원성에서 자유로와진 자아를 자각하라는 것이며 이러한 본래의 자아를 깨달음으로써만 진정한 의미의 절대평화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④ 절대평화, 절대자유

 앞서 우리는 인간의 존재적 측면과 가치적 측면에서 인간이 지닌 절대이율배반과 이를 극복해 내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히사마쯔가 볼 때 인간이 추구하는 절대평화는 인간의 존재와 가치의 이원성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존재의 절대이율배반을 극복한다는 것은 생사라는 윤회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며 생멸(生滅)에서 벗어남은 곧 불생불멸(不生不滅), 무생사(無生死), 생사일여(生死一如)를 말한다. 이는 실존적 차원인 생사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가치적 차원인 선악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육조 혜능이 “선을 생각치 말고(不思善) 악을 생각치 말라(不思惡), 바로 그 때가 너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이다.” 라고 한 것도 바로 선악의 절대이율배반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선악(善惡)뿐 아니라 시비(是非), 정예(淨穢)의 이원성으로부터 벗어남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히사마쯔가 말하는 절대평화는 비선비악(非善非惡), 시비일여(是非一如), 정예불이(淨穢不二)라고 할 수 있다. 

히사마쯔는 틸리히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존재와 비존재는 분리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이원성이다. 가치와 반가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존재와 비존재, 가치와 반가치의 이원성에서 나온 모순은 궁극적으로 하나이다. 이 하나의 결합된 모습은 인간의 근원적 모순인 것이다.”

이와 같이 가치․반가치가 존재․비존재와 분리될 수 없는 상호연관 관계에 있다고 볼 때, 선악을 생각치 않는다는 것은 생사없는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하며 생사없는 존재란 선악을 생각치 않는 것이 된다. 히사마쯔는 존재와 가치의 상호연관성을 통해 실존적 차원에서 생사의 이원성으로부터의 구원은, 가치적 차원에서 선악의 이원성으로부터의 구원이라고 말한다. 그 자각의 상태는 존재․비존재의 자기도, 가치․반가치의 자기도 아니다. 그것은 非‘존재․비존재’이며 非‘가치․반가치’적인 자기로서 일체의 한정도 끊고 형상도 끊은 ‘무상의 자기’인 것이다. 무상의 자기야말로 인간의 본래적 존재방식의 자기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근원적인 딜렘마인 이원성에서 벗어난 본래의 자기를 깨닫는 것, 즉 선악을 벗어나고 생사가 끊긴 자기를 깨닫는 것이 바로 히사마쯔가 말한 절대평화이며 절대자유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히사마쯔에게서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해결은 신과 부처에 대한 신앙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뜬 자아의 실존적 깨달음을 통해서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는 히사마쯔가 말하는 구제가 결코 자기 외에 다른 것에 의해 구제되지 않음을 뜻한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의 구제는 본래의 자기를 깨닫는 것 그 자체이다. 이와 같은 깨달음에 의한 구원관을 지닌 히사마쯔가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이해했고, 비판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제4장.그리스도교와의 대화에서 久松眞一의 禪이 지닌 의의

1. 久松眞一가 본 그리스도교
 
히사마쯔는 그의 저서 ｢無神論｣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여기서는 ｢無神論｣을 중심으로 하여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비판을 살펴봄으로써 그리스도교와 불교간의 대화에서 히사마쯔의 禪이 지닌 의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신율(神律)과 절대자율(絶對自律)

우리는 앞서 히사마쯔의 종교관(宗敎觀)은 근대의 자율적 이성(自律的 理性)이 안고 있는 자기 모순성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살펴 보았다. 즉 인간의 이성적 자율(理性的 自律)로는 인간의 실존적 모순인 절대부정(絶對否定)이 해결될 수 없음을 자각한 히사마쯔는 절대부정을 극복할 수 있는 2가지 종교율(宗敎律)을 제시했는데 그것이 신율(神律)과 절대자율(絶對自律)인 것이다. 여기서 신율은 인간이 절대타자(絶對他者)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자신의 절대부정을 극복하는 종교율을 말한다.

즉 신율이란 인간이 절대타자(絶對他者)에 의해 절대부정(絶對否定)에서 벗어나 절대긍정(絶對肯定)에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히사마쯔는 신율적 입장에서는 인간이 자율성을 완전히 상실하였으므로 전적으로 무력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히사마쯔는 인간의 자율 그 자체가 他者에 의해 전적으로 상실되는 신율로부터 새로운 의미의 인간의 자율성이 도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자율은 근대의 이성적 자율과 유신론적 입장인 신율을 지양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앞서 우리는 히사마쯔가 제1의 이상주의적 인간의 자율과 제4의 유신론적 입장인 신율이 극복된 그 자리에 나타난 종교율을 절대자율(絶對自律)이라고 봄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즉 그가 말하는 진정한 종교율은 단순한 타율도, 단순한 자율도 아닌 ‘자율적 타율(自律的 他律)’을 의미한다. 그러면 절대자율(絶對自律) 속에 있는 타율은 과연 무엇이 타율적이라는 것인가?

 <<金剛經>>에 나오는 ‘즉비(卽非)의 논리(論理)’를 빌어 히사마쯔의 자율적 타율을 설명해 볼 수 있다. 즉비의 논리에 의하면 진정한 의미의 자율은 자율과 타율을 포함한 자율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의미의 자율이기 위해서는 타율의 상대개념으로서의 자율이 아니라 타율과 자율의 상대적인 관계를 넘어선 자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과 타율이라는 대립적 관계, 다시 말해 이원성(二元性)을 극복한 자율이 히사마쯔가 말한 절대자율이다. 이런 의미에서 절대자율은 타율까지도 포함한 자율 즉 자율적 타율인 것이다.

 히사마쯔는 자율적 타율로서의 종교율을 달리 ‘무신론적 종교율(無神論的 宗敎律)’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무신론은 근세의 무신론처럼 단순히 신을 부정함으로써 타율(신율)에서 벗어나 단순한 인간적 자율을 맹신(盲信)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우리는 근세적 자율은 단순히 중세의 종교가 지닌 타율을 부정하고 인간의 자율을 철저히 믿는 것으로서 타율의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자율인데 반해, 절대자율적 타율은 자율과 타율의 상대성을 초월하여 타율까지도 포함한 자율임을 살펴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히사마쯔가 말한 무신론적 종교율은 타율 뿐 아니라 인간의 이성적 자율도 부정된 상태에서 드러나는 절대적 의미의 자율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설명한 ‘절대자율적 타율’ ‘무신론적 종교율’이 히사마쯔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종교율이다.

2) 수동적 사랑과 능동적 자비

히사마쯔에게 있어 神은 인간에게 절대 알려지지 않은 존재이다. 그래서 그는 신과 인간의 관계는 절대단절(絶對斷絶)이고 절대현절(絶對懸絶)이며 이 절대현절이야말로 신을 신답게 하는 근거라고 본다. 이와 같은 절대현절적(絶對懸絶的) 관계에서 신은 인간을 향해 무조건적인 아가페의 사랑을 주며 인간은 수동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존재로서 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히사마쯔의 신율적 입장에 대한 해석에 의하면 그리스도교의 아가페적 사랑은 결국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향하는 일방통행적 사랑이 되는 것이다.
히사마쯔는 ｢無神論｣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신만이 ‘저쪽으로부터 이쪽으로’ 오고, 인간은 ‘이쪽으로부터 저쪽으로’갈 뿐이라면, 그것은 유신론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그리스도교 세계관에서 인간에게도 ’저쪽으로부터 이쪽으로‘ 향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신에게만 ‘저쪽에서 이쪽으로’가 있지, 인간에게는 ‘저쪽에서 이쪽으로’가 없다고 본 히사마쯔는 그리스도교의 인간은 아가페의 주체(主體)가 될 수 없고, 단지 신으로부터 오는 아가페적 사랑을 받는 수동적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교에서의 아가페적 사랑의 주체(主體)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우리는 히사마쯔의 종교율이 타율까지도 포함한 자율적 타율임을 살펴 보았다. 이러한 그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히사마쯔에게 있어 아가페의 주체는 유일신이 아니라, 깨닫는 존재 곧 ‘무상(無相)의 자기(自己)‘이다. 이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자기(自己)는 왕상(往相)과 환상(還相)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자기의 구제를 위해 佛이나 신같은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상의 자기에 있어서 아가페는  자신의 깨달음인 왕상(往相)에서 타인도 깨어나도록 도움을 주는 환상(還相)을 말한다. 히사마쯔는 이 환상(還相)의 경우를 ‘줄탁동시( 啄同時)’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 줄( )이란 달걀 속으로부터 병아리가 껍질을 깨는 것, 탁(啄)이란 밖으로부터 어미 닭이 부리로 그것을 쫀다는 의미이다. 안에서는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밖에서 어미 닭이 쫀다는 행위가 간발(間跋)의 차이 없이 동시에 일어나 그 껍질을 부수고 병아리가 태어난다. 줄탁동시( 啄同時)란 바로 그러한 관계를 말한다.“   
 
아가페적 사랑은 병아리가 깨어나올 수 있도록 깨친 존재가 밖에서부터 쪼아주는 어미닭의 역할을 함을 의미한다. 즉 히사마쯔가 말한 자비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며 타인의 깨달음을 도와주는 ‘능동적 자비(能動的 慈悲)’가 바로 아가페적 사랑인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아가페는 유일신으로부터 오는 사랑이 아니라 각자(覺者)에게서부터 나오는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사랑인 것이다. 이와 같이 아가페의 주체가 유일신이 아니고 인간일 때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인간을 향한 일방적인 아가페의 주체로서의 유일신은 부정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어느 누구든지 깨달음을 얻게 되면 왕상(往相)과 환상(還相)의 주체가 된다는 히사마쯔의 사상에 비추어 볼 때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를 절대유일의 계시근거로 본 점은 그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3) 예수와 붓다

히사마쯔는 말한다.

“인간의 아집(我執)으로부터 무아적 행(無我的 行)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이 가능한 참된 근거는 어디까지나 인간 자체에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한 사람 예수를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도 동일한 행동이 발생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절대적인 원인이라고 믿는 것은 결국 우리들 인간을 그의 존재의 참된 유일 절대적인 자리로부터 밀쳐내어서 단순히 타율적인 유신론적 종교, 즉 반과학적인 물신(物神)숭배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히사마쯔에게 있어 覺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인간 자체 안에 있다. ‘지금’,‘여기’ 살고 있는 자기자신이 왕상(往相)하고, 환상(還相)하는 주체이다. 각자(覺者)가 타인의 覺을 도와준다고 해도 전회(轉廻)의 원동력은 그 인간 자신에게 있다. 범(凡)으로부터 불(佛)로의 절대적 전회(轉回)를 위해 자기자신 외에 타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교가 예수를 구원의 유일 절대 근거로 삼았음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즉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외 다른 모든 인간과 구별하여 인간구원의 유일 절대근거로 믿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독단이라고 본 것이다.

히사마쯔는 예수와 관련된 문제를 법신불(法身佛)과 방편불(方便佛)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히사마쯔는 방편불의 역할을 나비와 번데기의 비유로써 설명하고 있다.

“나비가 번데기로부터 껍질을 깨고 나올 때 나비가 번데기 외의 다른 상태에서 나비로 되는 것이 아니라 번데기 자신이 번데기 자신을 부정해서 나비로 탈화(脫化)하는 것이다. 곧 나비가 본래의 실존의 모습이다.”

물론 번데기가 나비로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외연(外緣)이나 조연(助緣)의 활동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모두 방편에 불과하다. 곧 방편불이란 번데기가 참된 실존의 모습인 나비로 탈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히사마쯔에게 있어 법신불은 동시에 타인도 자기 성립의 근저로부터 새로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방편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법신불은 방편불이며, 타인의 성불을 도와주는 방편불은 법신불 자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부처는 법신불이면서 동시에 방편불이다. 히사마쯔는 예수도 붓다와 같이 절대위기를 자율적으로 극복해 낸 각자(覺者)로서의 법신불(근원불)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자기성립의 근저로부터 새로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방편불로 보았다. 이와 같이 히사마쯔가 볼 때 예수는 참된 인간 그 자체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마치 인간보다 먼저 존재하는 ‘그 무엇’인 양 주장하는 그리스도교는 전과학적(前科學的)인 신앙의 산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신율과 절대자율을 통한 종교율의 차이, 수동적 사랑과 능동적 자비의 비교를 통한 아가페적 사랑의 주체에 대한 차이, 예수와 붓다의 비교로써 히사마쯔가 본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이와 같은 선불교학자의 눈에 비친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그리스도교 쪽에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구체적으로 다끼자와 가쯔미(瀧澤克己)의 견해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2.久松眞一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瀧澤克己의 견해

 다끼자와 가쯔미(瀧澤克己,1909-  )는 그의 저서 ｢佛敎とキリスト敎｣(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이 부분은 불교와 그리스도교 간의 새로운 만남의 장(場)으로서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다끼자와의 응답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다끼자와의 신학의 근거가 되는 임마누엘(Immanuel) 신학이 나오게 된 사상적 배경과 그의 임마누엘 신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瀧澤克己의 임마누엘 신학

① 瀧澤克己와 니시다 철학과의 연관성

 다끼자와는 니시다 기따로(西田幾多朗)의 제자로서 그의 철학으로부터 깊은 영향를 받았는데 이는  다끼자와가 니시다를 통해 자신이 추구해야 할 ‘철학적 탐구의 본래적인 대상‘을 발견했다고 서술한 바에서도 알 수 있다.

 다끼자와는 니시다와 관련지어 선불교에 대한 일련의 의문을 제기한다. 왜 선(禪)의 각자(覺者)들은 절대무(絶對無)와 인간주체를 구별하지 않는가? 이러한 다끼자와의 의문은 그리스도교에로 이어져,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적 형태와 그것을 성립시키는 존재근거가 명확히 구별되고 있는가 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했다. 다끼자와는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페르소나(Personna,인격)의 이중성(二重性)을 자신의 그리스도론적 사고의 중심테마로 삼고 있다.

② 瀧澤克己의 임마누엘 신학

다끼자와가 예수 그리스도의 페르소나에서 본 것은 신인(神人)의 관계이다. 그는 거기서 두 가지 면을 보았는데 그 한 면은 신인(神人)의 관계 그 자체, 즉 신인(神人)의 원관계(原關係)이고  다른 한 면은 신인(神人)의 원관계에 대한 자각 (원관계와 인간적 주체와의 응답적 관계)이다.

이와 같이 다끼자와는 예수 그리스도의 페르소나의 양면성에서 나타난 신인(神人)의 관계를 ‘접촉’(接觸)이라 부르며 그 중 신인(神人)의 원관계는 제1義 접촉, 제2면인 역사적 대응(對應)관계를 제2義 접촉이라 불렀다. 즉 그는 인간 예수에게 부여된 ‘신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임마누엘이라는 원사실(原事實)은 모든 인간에게도 무조건적으로 부여되어 있는 제1義 접촉이며, 인간 예수처럼 원사실을 자각함으로써 종교적 실존의 완성을 이루는 것을 제2義 접촉이라고 본 것이다.

다끼자와는 예수 그리스도의 페르소나 분석을 통해 근원적 의미인 제1의 접촉으로서의 임마누엘 원사실과 그 살아있는 징조(徵兆)인 제2의 접촉으로서의 인간 예수 사이에 불가역적 관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불가역적 관계란 모든 인간의 자기성립의 근거인 임마누엘은 인간이 그 원사실을 깨닫기 이전에 이미 모든 존재 안에 선재(先在)하고 있으며 인간은 그 선재하는 실재 자체를 자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즉 실재 그 자체와 그것을 자각하는 인간 주체와의 관계에서 원사실에 우선성을 둠으로써 양자는 그 순서가 결코 역전(逆轉)될 수 없는 불가역성의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다끼자와는 말한다.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태초부터 계시고 지금도 계시고 세상 끝까지 계시는 임마누엘을 제이(第二)의 의미인 징조(徵兆)로서의 그리스도 속에서만 국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끼자와에게 있어 인간의 자기 성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역사적 예수가 자각했던 임마누엘의 원사실(第一義 接觸)에 있지, 징조로서의 역사적 예수(第二義 接觸)에게 있지 않다. 결국 다끼자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재 근거에 임마누엘 원사실이 실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그에게는  임마누엘의 원사실이 있고 그 완전한 증인으로서의 인간 예수가 있다. 이것은 그에게 인간 예수가 존재하지 않아도 임마누엘의 원사실은 불변(不變)함을 의미한다.

 그럼 다끼자와에게 있어 인간 예수와 다른 이들 간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인가? 다끼자와는 예수 그리스도나 그리스도교인은 ‘무아적 능동적 절대주체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단 그리스도 예수와 그리스도인의 구별이 있다면 유신론적 신과 인간의 차이가 아니라 (히사마쯔의 말을 빌리자면) 참으로 무신론적인 종교적 인간〔예수 그리스도는 무아적 능동적 주체를 원만히 실현한 존재〕과 범인(凡人)과의 구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兩者)의 구별은 근본적인 구별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파생적인 구별일 수 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안에서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된 이 사실을 수용하고 신앙하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 자신 안에서도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자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교 신자가 예수를 ‘신의 아들’이라고 믿는 것은 예수를 만남으로써 그의 자각에 자극을 받아 지금 이 곳에 있는 내가, 예수처럼 있는 그대로의 신에 눈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다끼자와는 만일 이 세상에 완전한 제2의 접촉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원죄를 지니지 않고 태어난 존재, 신의 아들 그 자체가 새롭게 취한 肉(肉化)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 예수가 아무리 완전한 징조이고 보편적 기준일지라도 임마누엘의 원사실 그 자체는 아니다.   
   
④ 임마누엘 신학에서의 불가역성(不可逆性)

다끼자와는 신과 인간간의 관계는 불가동(不可同),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불가역(不可逆)의 관계라고 본다. 여기서의 불가동, 불가분이란 어떤 의미인가?

 다끼자와는 인간 내에는 임마누엘로서의 실재(原事實)가 주어져 있으나 이는 결코 인간 주체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며 (不可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에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不可分)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다끼자와는 불가분(不可分), 불가동(不可同)에 덧붙여 신인(神人) 간의 불가역적(不可逆的) 관계를 언급한다.

다끼자와는 모든 인간의 자기 성립의 근저에 본래 평등하게 존재하는 제1義 접촉이 원사실의 구체적 성취인 제2義 접촉보다 선재(先在)하며 이러한 제1義 접촉의 우선성(于先性)으로 인해 제1義 접촉과 제2義 접촉 간에는 절대로 뒤바뀔 수 없는 선후(先後) 상하(上下)의 순서가 있어 양자는 구별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봄으로써 신과 인간관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불가동(不可同), 불가분(不可分), 불가역(不可逆)의 관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페르소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임마누엘로서의 그리스도와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관계는 분명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불가동(不可同)의 관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에는 서로 떼어서 성립될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끼자와는 양자 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을 함께 말하고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불가역성이란 임마누엘로서의 그리스도가 자각을 통해 실존적 완성을 이룬 인간 예수보다 선재(先在)한다는 것이다. 곧 모든 인간의 존재 성립의 근거인 제1의 접촉이 인간 예수 안에 우선적으로 존재하며 인간 예수는 이 선재하는 임마누엘을 깨달은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끼자와는 인간이 깨닫든지, 깨닫지 못하든지 간에 원사실 그 자체가  모든 인간-인간 예수를 포함하여-의 본래적인 존재방식의 기반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원사실과 이를 깨달아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한 것과는 구별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원사실이 인간의 깨달음보다 선재(先在)하므로 제1의 접촉과 제2의 접촉의 관계는 결코 뒤바뀔수 없다는 것이 바로 다끼자와의 불가역성인 것이다.

이와 같이 다끼자와는 자신의 임마누엘 신학에 기반을 둔 불가역성을 통해 히사마쯔의 깨달음의 핵심인 가역성의 문제을 비판한 것이다. 물론 다끼자와가 히사마쯔의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사상과 다른 점 때문만이 아니다. 다끼자와는 히사마쯔의 사상에서 자신의 사상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 차이가 있음도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 양자 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다끼자와의 평가를 통해서 살펴 보기로 한다.
 
2)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다끼자와의 견해

① 히사마쯔에 대한 긍정적 평가

그리스도교인들은 히사마쯔가 ｢無神論｣을 통해서 했던 그리스도교의 비판을 듣고 그에게 독신(瀆神)의 죄를 씌우려 할 것이다. 그러나 다끼자와가 볼 때 히사마쯔가 ｢無神論｣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신을 부정하는 독신(瀆神)이 아니라 오히려 일체의 우상을 파괴하는 참된 종교적 무신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다끼자와는 히사마쯔의 무신론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았는가?

히사마쯔에게 있어 깨달음의 가능근거는 어디까지나 인간 자체 안에 있다. 즉 인간이 본래의 자기에로 전회하는 그 원동력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 안에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인간 예수를 다른 인간에게도 동일한 행동이 발생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원인으로 믿는 것은 타율적인 유신론적 종교 즉 반과학(反科學)적인 물신(物神)숭배일 수 밖에 없다고 히사마쯔는 본 것이다. 이러한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해서 다끼자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즉 다끼자와는 인간 자체 밖에서 깨달음의 근거를 찾음은 우상숭배라고 한 히사마쯔의 입장을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무신론이 참된 의미의 무신론임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히사마쯔는 그리스도교에서는 신과 인간과의 관계가 절대현절적이므로 인간은 신에게 전적으로 의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보았다. 그러나 다끼자와는 그리스도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상이 히사마쯔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즉 히사마쯔가 말한 무신론적 종교에서 추구하고자 한 인간상이 일체의 우상숭배를 극복하고 새로 태어난 본래적 인간의 모습인 ‘무아적 주체’(無我的 主體)이듯이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참으로 해방된 인간 역시 본래의 인간 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에서의 본래의 인간은 신 자신이 인간의 형태를 취했던 한사람(예수 그리스도)의 형태를 본받아 그 동일한 신에 의해서 새롭게 태어난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끼자와가 히사마쯔의 비판을 인정한 것이 그의 임마누엘 신학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우리는 다끼자와가 임마누엘 신학을 통해 인간의 자기 성립의 근거는 인간 자체 안에 있지,-다끼자와는 이를 임마누엘의 원사실이라 명명했다- (제2의 접촉인) 예수 그리스도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살펴 보았다. 그에게 있어 인간 예수는 인간 구원의 절대 유일 근거라기 보다 자기 안에 주어진 실재(원사실)를 자각하여 실존적인 완성을 이룬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참된 인간이 되는데에 있어 그 깨달음의 근거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 안에 있으며, 예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자기 안에 있는 원사실의 자각을 통해 본래의 인간이 된다는 다끼자와의 사상은 그리스도교를 비판한 히사마쯔의 사상적 근거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다끼자와는 히사마쯔가 인간의 자기성립의 근거를 인간 자체 안에 두고 있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다른 한편으로 히사마쯔의 사상 내에도 종래의 그리스도교가 지닌 병폐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다. 그럼 다끼자와가 지적한 히사마쯔가 지닌 병폐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② 久松眞一에 대한 비판

 ㉠ 진불(眞佛)의 이의성(二義性)

앞서 우리는 다끼자와의 불가역성 사상은 인간 각 개인의 깨달음보다 원사실이 우선(于先)하며 따라서 제1의 접촉과 제2의 접촉 간에는 엄격한 순서가 있고 구별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히사마쯔가 말하는 ‘무상의 자기’는 깨달음의 주체(覺者)와 깨달음의 실재인 무상(無相)과의 사이에 가역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히사마쯔에게 있어 ‘자기가 곧 무상이며 무상이 곧 자기’이다. 다끼자와는 이러한 히사마쯔의 가역성의 사상이 각자(覺者)의 체험을 너무 중시한 것이 아닌가 라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했고  히사마쯔에게 있어서 각자(覺者)의 깨달음 그 자체와 깨달음을 가능케 해 준 근거와는 엄밀히 구별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끼자와는 히사마쯔가 실재 그 자체와 각자(覺者)를 구별하지 않음은 그에게 뿐만 아니라 선자(禪者)들에게도 발견된다고 본다. 다끼자와는 말한다.

“선자(禪者)의 인식이 아무리 완전한 것일지라도 無(혹은 空)라는 깨달음의 실재 그 자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다끼자와는 이와 같이 선자(禪者)들이나  히사마쯔가 각자와 실재 그 자체를 구별하지 않은 것은 진불의 이의성(二義性)을 무시했기 떄문이라고 본다. 즉 히사마쯔에게 있어 각자(覺者)는 진불(眞佛)이고 진불(眞佛)은 각자(覺者)이다. 그러나 다끼자와에게 있어서는 ‘진불’의 의미가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제1의 접촉으로서의 진불이며 또 하나는 제2의 접촉으로서의 진불이다. 즉 그에게 있어 그 형태(제2의 접촉)를 佛이라고 하는 것과 그 형태를 가능하게 한 제1의 접촉을 佛이라고 하는 것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끼자와가 말한 진불(眞佛)의 이의성(二義性)인 것이다.

그러나 히사마쯔는 이러한 진불의 이의성을 간과한 채 제1의 접촉으로서의 佛과 제2의 접촉으로서의 佛을 가역적 관계로 보았다. 다끼자와는 히사마쯔가 각자(覺者)를 아무리 진불(眞佛)이라고 해도 그것과 전혀 질서가 다른 영원한 실재인 근원불(根源佛)이 인간 근저에 활동하고 있음을 자각해야만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다끼자와는‘생과 사’‘가치와 반가치’의 절대모순, 절대이율배반에 빠진 인간이 돌연히 본래의 자기에 눈뜬다는 것은 불가역적인 진불(眞佛)의 작용에 감응해서 성취된 것으로 본다. 즉 인간이 깨달을 수 있는 원동력은 자기 성립의 근저에 작용하는 ’진불의 자비‘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끼자와의 진불의 이의성(二義性)은 불행(佛行)에서도 적용된다.

㉡ 불행(佛行)의 이의성(二義性)

히사마쯔가 불행(佛行), 자비, 아가페라고 할 때 이는 멸도적(滅度的) 주체의 행(行)이다. 곧 그에게 있어서 각자(覺者)의 행(行)이 바로 진불(眞佛)의 행(行)인 것이다. 그러나 다끼자와가 볼 때 인간의 행(行)이 아무리 진불(眞佛)의 행(行)이라고 해도 그 원동력은 어디까지나 절대무한의 진불(眞佛) 그 자체에서 나온 것일 수 밖에 없다. 곧 다끼자와에게는 진정한 깨달음(覺)인 인간의 행(行)이 곧 불(佛)의 행(行)이라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1의 접촉으로부터 실현된 제2의 접촉의 한 형태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과 그것에 대한 다끼자와의 응답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양자의 견해 차이의 핵심이 바로 가역성과 불가역성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끼자와의 불가역성과 히사마쯔의 가역성과의 차이는 결국 모든 존재의 성립 근거인 실재 그 자체와 그것을 깨달은 인간 주체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에서 야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불가역성과 가역성의 차이는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실재 그 자체와 그것을 깨닫는 인간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말해 주는 것이다.


맺음말

지금까지 우리는 히사마쯔의 선사상, 그리고 히사마쯔의 禪과 다끼자와의 임마누엘 신학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의 새로운 출발점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히사마쯔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종교의 궁극적 입장이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가를 禪의 입장에서 조명하고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종교는 근세적 인간 중심주의와 유신론적 종교를 뛰어넘는 깨달음의 종교임을 그는 자신의 覺의 체험에 바탕을 두어 피력한 것이다. 

히사마쯔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깨달음의 세계는 한 마디로 ‘무상의 자기’이다. 히사마쯔는 무상의 자기야말로 근대 이상주의, 허무주의, 실존주의, 유신론적 인간상에서 참된 해결이 불가능했던 인간의 절대이율배반을 해결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본 것이다. 곧 이러한 각자(覺者)는 타율과 자율의 상대성과 대립을 넘어선 ‘자율적 타율’을 지녔으며, 자율적 타율을 지닌 각자(覺者)가 지향하는 종교가 바로 히사마쯔가 말한 ‘참된 무신론적 종교’ 즉 ‘깨달음의 종교’인 것이다.

다끼자와는 히사마쯔가 자신의 각(覺)의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는 점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다끼자와가 히사마쯔를 긍정적인 면에서 평가하고 있는 점은 오늘날의 그리스도교가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선 히사마쯔는 그리스도교의 신인(神人) 관계를 절대현절적 관계라고 보고 있는데, 이것은 히사마쯔가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을 실체적(實體的) 개념으로 보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다끼자와는 하느님을 실체(有相)로 볼 때 그것은 바로 우상숭배라는 히사마쯔의 비판을 인정함으로써 우상을 배격한 히사마쯔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다끼자와는 임마누엘 신학을 통해 궁극적 실재의 초월성보다 내재성을 강조했다. 그는 실재가 인간 자체 안에 있으며 이를 ‘신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임마누엘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임마누엘은 인간이 알든 모르든, 깨닫든지 깨닫지 못하든지 간에 모든 인간 안에 주어져 있음을 그는 강조했다.

 히사마쯔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대한 다끼자와의 두번째 긍정적인 평가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이다. 히사마쯔는 예수를 계시의 절대유일 근거로 본 점에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면서 그를 각자(覺者)로 보았는데, 다끼자와는 이 점이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자신 안에 주어진 원사실을 자각한 존재라고 본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다끼자와의 시각은 전통 그리스도교에서 신을 절대타자인 실체(有相)로서 보았던 신관(神觀)으로부터,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의 절대유일 근거로 봄으로써 그 존재 자체에 매달린 그리스도론으로부터 인간 내에 부여된 궁극적 실재에로 눈을 돌리게 해 주었다.

즉 히사마쯔에 대한 다끼자와의 긍정적 평가는  오늘날의 그리스도교에 존재하는 패쇄적이고 배타적인 신관과 그리스도론을 정화시켜줌으로써 개방적이고 열린 신관에로 나아갈 가능성을 주었으며 이러한 개방적인 자세를 지닐 때 공관(空觀)을 지닌 불교와 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 준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앞서 다끼자와의 불가역성과 히사마쯔의 가역성을 언급하면서 양자(兩者)의 상이함에 대해 살펴보았듯이 양자 간에 차이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히사마쯔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자체 안에 있는 실재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가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인간의 깨달음 그 자체를 진여(眞如)의 현성(現成)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무상이 자기이고 자기가 무상일 수 밖에 없다는 가역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반해 다끼자와는 인간의 깨달음에 앞서 거져 주어진 은총을 자각함으로써 참된 인간이 된다는 점에서 실재의 우선성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와 같이 다끼자와는 인간 자체 안에 있는 원사실의 우선성에 강조점을 둠으로써 신인(神人)관계의 불가역성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는 원사실(제1의 접촉)과 원사실이 작용하는 형태(제2의 접촉)를 구분해서 후자를 전자보다 중시하는 오류를 경계하기 위해서 양자를 분명히 구별한 것이다. 이와 같이 히사마쯔는 자각의 주체인 인간 쪽에, 다끼자와는 인간의 존재 근거인 실재 그 자체에 중점을 둠으로써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서로 간에 이러한 강조점의 차이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 안에 계속 긴장으로 남아 있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참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양자의 차이를 간과해 버릴 수는 없지만 양 종교가 지닌 공통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화와 이해란 기본적으로 양자 사이에 무엇인가 공통성이 있을 때 그것을 매개로 하여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바는 바로 본래의 인간을 되찾고자 함에 있다. 그리고 본연의 자기는 인간 내에 있는 존재 근거인 실재를 자각함으로써 드러난다.  이 점은 양종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히사마쯔가 말한 각자는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자비를 베푸는 존재이다. 히사마쯔는 이를 지체비용(智體悲用)으로 표현했고 그의 F.A.S.선은 바로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체인 F가 체(體)라면, 거기서 나온 A.S.적 활동은 용(用)인 것이다. 이와 같이 지(智)와 자비를 겸비한 존재가 바로 히사마쯔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무상(無相)의 자기(自己)’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히사마쯔가 말한 무상의 자기는 다끼자와가 말한 예수의 존재와 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예수 역시 임마누엘을 자각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은총의 자각은 그로 하여금 원수까지 사랑하는 절대적 사랑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즉 그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보여 준 존재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양종교가 추구하는 본래의 인간은 자기 안에 내재된 본연의 자기에 대한 깊은 자각을 실현함으로써 자비와 사랑을 베푸는 존재이다. 예수가 깨달았고, 붓다가 이룬 그 ‘진리에 대한 자각’과 그로부터 나온 사랑과 자비의 삶을 통한 구원의 장(場)은  모든 인간에게도 열려져 있는 길이다.
















                       
 참고문헌


<1차사료(久松眞一과 瀧澤克己의 著書)>

久松眞一, ｢東洋的 無｣, 理想社, 1961.
󰠏󰠏󰠏󰠏󰠏󰠏󰠏󰠏,  ｢無神論｣, 法藏館, 1981.
󰠏󰠏󰠏󰠏󰠏󰠏󰠏󰠏, ｢絶對主體道｣, 弘文堂, 1948.
󰠏󰠏󰠏󰠏󰠏󰠏󰠏󰠏, ｢起身の課題｣, 理想社, 1948.
󰠏󰠏󰠏󰠏󰠏󰠏󰠏󰠏,西谷啓治,｢禪の本質と人間の眞理｣,創文社,1975.
󰠏󰠏󰠏󰠏󰠏󰠏󰠏󰠏, “禪と文化”, ｢講座禪｣, 範摩書房, 1967.
󰠏󰠏󰠏󰠏󰠏󰠏󰠏󰠏,“禪の現代的 意義”,｢現代禪講座｣第1卷,範摩書房,1956.
󰠏󰠏󰠏󰠏󰠏󰠏󰠏󰠏, ｢卽無的 實存｣,久松眞一佛敎講義 第1券,法藏館,1990.
󰠏󰠏󰠏󰠏󰠏󰠏󰠏󰠏, ｢佛敎的 世界｣,久松眞一佛敎講義 第2券,法藏館,1990. 
󰠏󰠏󰠏󰠏󰠏󰠏󰠏󰠏, ｢還相の論理｣,久松眞一佛敎講義 第3券,法藏館,1990.
󰠏󰠏󰠏󰠏󰠏󰠏󰠏󰠏, ｢事事無애｣,久松眞一佛敎講義 第4券,法藏館, 1990.
瀧澤克己, ｢佛敎とキリスト敎｣, 法藏館, 1961.
󰠏󰠏󰠏󰠏󰠏󰠏󰠏󰠏, ｢ 續佛敎とキリスト敎｣, 法藏館, 1979.
󰠏󰠏󰠏󰠏󰠏󰠏󰠏󰠏, ｢佛敎とキリスト敎 の根本問題｣,瀧澤克己著作集7, 法藏館, 1983.
󰠏󰠏󰠏󰠏󰠏󰠏󰠏󰠏, ｢聖書のイエスと現代の思惟｣,新敎出版社,1965.
󰠏󰠏󰠏󰠏󰠏󰠏󰠏󰠏, ｢西田哲學の根本問題｣,刀江書院,1939.

<原典 및 飜譯書>
馬鳴, 眞제 譯, ｢大乘起信論｣,大正新修大藏經 拳32,No.1666.
中川孝,「六祖壇經」, 範摩書房, 1976.
柳田聖山,｢臨濟錄｣,大藏出版株式會社,1972.


<單行本> 
久松眞一,八木誠一, ｢覺の 宗敎｣, 春秋社, 1986.
西谷啓治, ｢宗敎とは 何か｣, 創文社, 1961.